[천자칼럼] 갈라파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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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그 섬'에 가고 싶어한다.
그 섬이 어떤 섬이든. 모든 섬은 육지와 떨어져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신비로운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사람들의 호기심과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픈 본능을 자극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이름없는 섬도 그렇거늘 진화론의 발상지인 갈라파고스쯤 되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갈라파고스는 스페인어로 거북이라는 뜻이다. 남아메리카 에콰도르 서쪽 9백60km 밖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19개의 섬으로 이뤄진 화산군도로 정식명칭은 콜론제도다. 발견된 뒤 3백년동안 포경선원과 해적만 들르던 이곳이 알려진 건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와 '종의 기원' 덕이다.
갈라파고스가 지구상의 유일한 ‘생물 진화 실험장’으로 불리는 건 독특한 환경과 그에 따른 생물의 다양성에 기인한다.
섬 주변은 심해의 찬 해수가 올라오는 작용과 남극에서 시작해 남아메리카 서해안을 따라 북상하는 한류(페루해류)의 영향으로 수온이 15℃ 정도로 낮다. 때문에 적도 바로 아래인데도 산호초가 없고 야자수도 자라지 않는다.
이런 조건 덕에 지금도 몸무게 2백㎏짜리 코끼리거북, 바다에 살면서 낮동안엔 햇볕으로 체온을 덥히는 바다 이구아나(도마뱀), 가시배선인장을 먹는 육지 이구아나,열대산 펭귄인 갈라파고스펭귄, 13종의 다윈방울새(갈라파고스 핀치) 등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고유종이 산다. 포유류 조류 파충류는 80%, 고등식물은 약 40%가 그렇다고 할 정도다.
게다가 주변 심해의 열수분출공 주변에서 길이가 3m나 되는 관벌레,구공만한 조개, 커다란 게 등이 발견되는 등 지구생명 탄생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때문에 전체의 97%가 국립공원이고,78년 유네스토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갈라파고스의 이런 희귀동물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이다.
이대로 가면 척추동물의 50%, 식물의 24%가 조만간 멸종하리라는 것이다.
이유는 많다. 엘니뇨 등 자연현상 탓도 있지만, 주민과 관광객 증가에 따른 생태계 파괴가 주요인이고 긴 낚싯줄에 여러 개의 바늘을 달아 물고기를 잡는 '주낙'도 무시하기 어렵다고 한다.
갈라파고스는 지구 생태계의 상징이다. 환경문제는 어디서나 간단하지 않다. 그렇더라도 갈라파고스의 생물들은 잘 보호돼 언제까지나 '그 섬'에서 생명과 진화의 신비로움을 볼 수 있었으면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