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회화에 깃든 맛과 멋을 느낄 수 있는 '조선후기 그림의 기(氣)와 세(勢)'전이 6일부터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열린다. 겸재(謙齋)정선의 '박연폭도(朴淵瀑圖)',능호관(凌壺觀)이인상의 '장백산도(長白山圖)'를 비롯해 호생관(毫生館)최북,고송류수관도인(古松流水館道人)이인문,단원(檀園)김홍도,오원(吾園)장승업 등 조선후기 화가 11명의 작품 43점이 소개된다. 전시를 기획한 이태호 명지대 교수는 "정선의 '인왕산도(人王山圖)',이인상의 '유변범주도(柳邊泛舟圖)',이인문의 '도봉산사계도(道峯山四季圖)' 등 13점은 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조선후기 그림 중 '기'가 깔린 작품이 관조적이고 고요한 느낌을 준다면 '세'가 강한 작품은 감정의 폭이 크고 즉흥적인 울림을 준다. '기'가 머리로 삭혀낸 절제의 먹맛에 해당한다면 '세'는 격정과 과장을 온몸으로 표출한 붓맛으로 볼 수 있다. 출품작 중 '장백산도'와 '박연폭도'는 전시 주제인 기와 세를 집약해 보여주는 작품들로 꼽힌다. 정선이 1750년께 그린 '박연폭도'는 개성의 명승 박연폭포의 장관을 담아낸 걸작이다. 폭포를 두 배가량 늘려 표현한 과장에는 흥과 신명이 유감없이 실려 있다. 특히 자연의 거대함과 인간의 왜소한 모습을 대비해 놓음으로써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살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느끼게 한다. 이에 비해 '장백산도'는 자기 감정을 절제하고 응축해 감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백두산의 위용은 소홀히 한 채 천지를 옆으로 긴 화면에 담아낸 여백의 맛이 일품이다. 이 교수는 "'장백산도'의 붓과 먹맛이 담담하다면 마른 갈필로 그린 추사의 '세한도'는 세련된 맵시가 튀는 그림"이라고 비교한다. '장백산도' 소장자는 "'세한도'의 몇 배를 줘도 이 그림과 바꾸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장승업의 '산수인물영모 8폭 병풍'은 화조화와 산수화 각 두 폭,인물화 네 폭으로 된 병풍에 있던 것을 분리해 표구한 것이다. 작가의 만년 화풍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힌다. 최북의 산수화 '공산무인도'와 '처사가도'는 조선후기 그림 중 가장 거칠고 분방한 형식미를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20일까지.(02)720-1524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