羅城麟 <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 한덕수 경제팀의 출발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아직은 시큰둥하다. 1,000을 넘던 주가지수가 한덕수 경제팀의 출범 당일 1,000 이하로 급락하더니 아직 960 전후에 머물고 있다. 500을 넘던 코스닥지수도 마찬가지로 450으로 밀린 뒤 재상승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 부총리가 취임 직후 맨먼저 증권거래소를 찾은 열의에 비하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그러나 이것은 한 부총리 취임 이후 우리 경제가 갑자기 나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기보다는 우리 경제가 얼마나 취약한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의 하락은 연초 정부가 내놓은 부양책의 효과가 엷어진 탓도 있지만 미국의 금리인상과 주가하락, 유가급등과 같은 외부적 요인에 영향받은 바 큰 것이다. 다시 말해 개방형 소국경제인 우리 경제는 외부 여건에 매우 취약한 것이다.국내의 위험요소에 취약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정부의 국정운영이 올초의 경기회복 조짐에 너무 현혹되지 말고 계속 신중해야 하며, 경제활성화와 선진경제 기반구축이라는 올해 국정운영 목표를 착실히 추진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들을 살펴보면 경기회복이 말로 듣던 것보다는 미약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2개월 동안 산업생산과 설비투자는 작년보다 각각 2.9%와 5.3% 증가했지만, 늘어났을 것으로 기대됐던 소비는 오히려 2.3% 감소했다. 신용카드 사용액과 대형할인점 매출이 늘어났지만 이는 소매업의 설 대목 영향이 컸기 때문이었고 백화점이나 도매판매는 여전히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더욱이 지난 2개월여 동안 소비를 주도했던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의 침체는 향후 소비회복의 걸림돌이 될지도 모른다. 또한 소비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고용이나 가계부채 상황도 여전히 좋지 않다. 지난 2월 실업률은 4%로 작년 어느때보다 높은 수준이고 청년실업률 또한 8.6%로 개선 조짐을 찾을 수 없다. 가계부채도 작년 한해 동안 상당히 조정됐다지만, 작년말 기준 가계부채는 재작년보다 5.1% 증가한 5백8조원에 달해 여전히 부채상환능력이 개선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설비투자도 1월 들어 15.9% 급증했다가 2월에는 다시 3.6% 감소하는 등 아직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지 않고, 연초 건설경기 회복의 불씨를 댕겼던 종합투자계획의 실적은 아직 이렇다 할 것이 없다. 그러나 희망적인 것은 환율하락과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계속 두자릿수의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고 향후 소비자들의 경기전망을 나타내는 각종 소비자서베이지수들이 오랜만에 100을 넘어서는 등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기업들의 향후 경기전망을 나타내는 각종 기업 서베이지수도 100을 넘어서거나 개선되고 있다. 이러한 경기전망지수의 개선이 지속될 지 여부는 좀더 두고 봐야겠지만 최근들어 경제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나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낙관적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아직 여러가지 위험요소들이 산재해 있다. 환율하락, 유가급등, 최근 한·일관계 경색으로 인한 한류 열풍의 퇴조, 수출 주력제품인 반도체 가격의 하락 추세, 그리고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중소기업 자금난 등이 우리 경제의 회복을 위협할 수 있는 복병들이다. 이밖에도 4월 임시국회에서 과거사법 사립학교법 국가보안법 등 3대 쟁점법안을 둘러싼 정치불안 가능성도 경제회복의 지속 여부에 매우 중요하다. 북핵문제와 한·미동맹의 균열 여부,노사관계 불안도 외국인투자를 냉각시킬 수 있는 요소다. 결론적으로 지금까지의 경기회복세는 소문보다는 다소 실망스럽다. 그러나 향후 경기회복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기대가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경제회복의 복병들에 잘 대처한다면 경기회복세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들의 투자가 본격적으로 살아날 것인가 하는 점이므로, 참여정부는 경제활성화와 선진경제 구축이라는 국정운영의 일관성을 지속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