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이 저렴해 유선전화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터넷전화(VoIP)의 상용화가 지지부진하다. 올해 초부터 서비스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1분기가 지난 지금까지 이렇다할 진척이 없다. 기존 유선전화 사업자들과 이들의 전화망을 빌려 인터넷전화 사업을 하려는 사업자들간 이해가 대립되기 때문이다. 최근엔 작년말 사업권을 따낸 4개 사업자 외에 8개 사업자가 사업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서비스는 한반기 후반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전화란 인터넷 전화는 인터넷을 경유해 음성을 주고받는 전화를 말한다. 기존 유선전화가 전화망~전화망~전화망 구조라면 인터넷 전화는 일반적으로 중간 연결망으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형태를 띤다. 집에서 전화를 걸 경우 음성 신호가 전화망을 타고 나가 중간에 인터넷을 거쳐 전화망을 통해 상대방 전화로 연결된다. 초기 인터넷 전화는 새롬기술의 '다이얼패드'와 같이 PC와 PC를 연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PC와 전화,또는 전화와 전화를 잇는 형태로 발전했다. 또 걸기만 하는 게 아니라 받을 수도 있다. 장점은 중간 연결망으로 무료인 인터넷을 쓰기 때문에 통화 요금이 매우 저렴하다는 것이다. 월 3만∼4만원이면 시내외 전화는 물론 해외 전화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지지부진한 이유 정보통신부는 인터넷 전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해 '070'을 인터넷 전화 고유번호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애니유저넷 삼성네트웍스 큰사람컴퓨터 무한넷코리아 등이 정통부의 허가를 받아 인터넷 전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곧 시작될 것이라던 상용 서비스는 시행되지 않고 있다. KT 하나로텔레콤 등 유선전화 사업자들과 벌이는 전화망 접속료 협상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전화를 하려면 중간 연결망으로 인터넷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착·발신 때는 대개 전화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유선전화 사업자에 접속료를 지불해야 한다. 양측은 '인터넷 전화→시내 전화' 접속료는 종전과 같은 3분당 39원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시내전화→인터넷 전화' 접속료는 유선 사업자들이 3분당 80원을 요구하면서 인터넷 전화 사업자들이 너무 높다며 반발하고 있다. 유선전화 사업자들로서는 인터넷전화의 등장이 달가울리 없다. 인터넷 전화가 유선전화 시장을 크게 잠식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인터넷 전화가 시내전화 시장의 30%가량을 잠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접속료를 대폭 낮추면 유선전화 사업이 부실해지고 전화망을 유지하기도 어려워진다고 주장한다. ◆인터넷 전화는 대세 유선전화 사업자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인터넷 전화 시대가 올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근 KT 하나로텔레콤 데이콤 등 유선전화 사업자들이 정통부에 인터넷 전화 사업 허가를 신청한 것도 인터넷 전화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온세통신 드림라인 SK네트웍스 엔터프라이즈네트웍스도 사업 허가를 신청했다. 접속료 협상은 부진해도 망 연동 테스트는 진행되고 있다. 작년 말 사업권을 따낸 애니유저넷과 삼성네트웍스는 최근 SK텔레콤 등과 공동으로 인터넷 전화 망 연동 테스트를 했다. 통화 품질도 유선전화의 8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접속료 협상만 타결되면 상반기 안에도 서비스를 본격화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게 된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