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하이닉스의 주인은 누가 될 것인가. 경영 정상화 뒤에 이어질 채권단의 지분매각에 업계의 지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이닉스가 6조원을 넘나드는 시가총액에 첨단을 달린다는 반도체 업종에서 연간 조(兆) 단위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일단 보유지분의 30%인 1억8백만주 가량을 해외증시에 상장해 해외 투자가들에게 분산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하이닉스의 최대 주주는 여전히 채권단이다. 채권단이 나머지 70%의 보유지분에 대해 어떤 방침을 갖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1단계 매각처럼 해외 DR를 발행할 경우 하이닉스 지분은 금융 투자가들에게 폭넓게 분산돼 '주인없는 회사'가 될지도 모른다. 결국 현 경영진이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력과 주가를 발판으로 경영권을 계속 행사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채권단이 국내외에서 원매자를 물색해 인수·합병(M&A)에 나설 땐 얘기가 달라진다. 지금까진 나서는 기업들이 없지만 하이닉스보다 기업가치가 훨씬 떨어지는 진로 입찰에서 3조원이 넘는 금액이 거론된 것을 보면 투자여력이 없다고 볼 수도 없다. 이 돈이면 현 주가를 기준으로 하이닉스 지분 50%를 사들일 수 있다. 결국 관건은 향후 채권단이 '주인 찾아주기'에 얼마나 열성적으로 나서느냐에 달려있다고 봐야 한다. 그저 손쉽게 지분을 처분하는 길을 택한다면 DR 발행 쪽을 택할 것이고 하이닉스의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생존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역량있는 투자자를 물색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공장 합작에 이어 하이닉스 지분확보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ST마이크로의 의향도 큰 변수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