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WTI(서부텍사스중질유) 기준으로 배럴당 57.27달러까지 치솟으면서 또다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소식이다. 엊그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원유공급이 지금보다 하루 1백만~2백만배럴 줄어드는 사태에 대비해 원유 수입국들이 고유가 비상대책을 세워야할 것이란 경고까지 내놨다.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로서는 유가급등으로 인한 경제 전반에의 타격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말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물론 지식기반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우리 산업의 구조변화로 석유의존도가 낮아졌고 환율하락이 유가상승을 상당부분 상쇄해주고 있는 덕택에 고유가 충격이 예전보다 훨씬 덜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유가상승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이같은 충격흡수효과도 곧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미 우리가 도입하는 원유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두바이유 가격도 48달러를 돌파,올해 정부 전망치인 35달러를 크게 웃돌면서 정책운용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유가가 우리 경제의 활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것은 더이상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석유도입비 부담이 늘어 경상수지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물가상승과 소비침체,기업의 원가부담 증대와 채산성 악화로 투자를 위축시키게 된다. 이로 인해 겨우 회복의 불씨가 지펴진 우리 경제에 다시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무엇보다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벌써 불안한 환율 및 증시와 더불어 고유가가 3대 악재로 작용해 우리 경제가 '연초 반짝경기'에 머물고 다시 가라앉는 '더블딥'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유가급등에 따른 정부의 대응은 지나치게 안이하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당면한 에너지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정책의지보다는 비축유 방출,승용차 10부제,영업시설 조명사용 제한 등 여전히 과거의 임시방편적 수단만 되풀이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런 수준으론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물론 당장의 석유소비 억제와 에너지 절약도 필요하지만 에너지공급 다변화,대체에너지 개발,석유비축시설 확대,에너지 저소비형 산업구조개편 등을 통해 수급을 안정시키고 고유가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해 일관성 있게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에너지 정책 추진체계의 재정비를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