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이 있어 먼 데서 찾아오면 이 또한 기쁨이 아닌가." 지난 84년5월 한국천주교 2백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렇게 유창한(?) 한국어로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정도의 의례적 한국말 인사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당시 한국의 순교자 1백3명을 성인품에 올리는 시성식 미사를 한국어로 집전했던 것.3일 서거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각별했던 '한국 사랑'이 새삼 화제다. 3일 오전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학교 주교관에서 교황 서거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가진 김수환 추기경,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최창무 대주교,총무 장익 주교 등도 교황의 한국 사랑을 거듭 상기했다. "지난 84년 첫 한국 방문을 앞둔 교황님은 독일 치하의 폴란드에서 자라서인지 '내가 어떻게 한국에 가서 다른 나라 말로 미사를 집전하겠는가'라며 한국어 미사를 고집하셨어요. 그리고 실제로 바쁜 일정 속에서도 40여차례나 한국어를 배우고,17차례나 한국어 미사 연습을 하셨지요." 당시 로마에서 신부로 있으면서 교황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던 장 주교는 이렇게 전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장 주교는 요한바오로 2세가 '마이 프로페서(My Professor)'라고 불렀던 인물.그는 "수시로 교황의 거처에 들러 한국어를 가르쳐드렸다"면서 "일정이 워낙 바쁘셨는데도 나를 5분 이상 기다리게 한 적이 없었고 놀랄 정도로 진지하게 공부에 임하셨다"고 밝혔다. 순교자 1백3명을 성인품에 올릴 때 기적심사를 특별히 면제해주고,바티칸에서만 하던 시복시성식을 한국에서 거행했던 파격도 교황의 특별 배려였다. 교황은 또 최근까지도 교황청에서 한국인을 보거나 알현받을 때면 "찬미예수""감사합니다" 등의 한국어로 인사하며 친밀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교황은 1989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성체대회 참석차 두번째 방한했고,대회 직후 로마에서 김 추기경을 만나 "성체대회가 매우 아름다웠다"며 칭찬을 거듭 했다. 김 추기경은 "교황님은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늘 염원했으며 '침묵의 교회'로 남아있는 북한의 현실을 가슴아파했다"고 전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