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자산운용,헤르메스,바우포스트…" 국내 상장기업에 대해 경영참여를 선언한 최대 세력은 역시 외국인이었다. 금융감독원이 5% 이상 주주들을 대상으로 지분 재보고를 마감한 결과 경영개입 위협에 노출된 83개 기업중 45.8%인 39개사는 외국인과 관련돼 있었다. 특히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비중이 42%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때 기업들이 경영권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적 대책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외국계가 경영참여 주도 이번 지분 재보고에서 가장 관심을 끈 곳은 SK㈜와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소버린과 지난해 삼성물산 인수·합병(M&A)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헤르메스펀드,제약주의 큰손으로 통하는 미국계 바우포스트그룹 등 3곳이다. 하지만 이들의 경영참여 방식은 제각각이었다. 소버린은 SK㈜에 대해서는 이사진 임면과 정관변경에 개입할 수 있다고 공시했지만 ㈜LGLG전자는 이사진 임면에 관여하지 않는 대신 정관변경 등 넓은 의미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에만 신경쓰겠다고 차별화 전략을 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소버린이 그간 SK㈜는 깎아내리고 LG그룹은 치켜세운 것과 같은 전략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헤르메스는 경영 전반에 관여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대표이사 면담 등 경영개선을 독려하는 것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우포스트는 이사진 임면 등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며 자사주 매입과 배당정책에만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슈로더투신은 구조조정기금의 자산운용사로서 투자대상 회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부 외국계 펀드들은 세아베스틸 세양산업 흥아해운 등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경영참여 계획을 밝혔다. 증시에선 또 대한해운의 2대주주인 노르웨이 해운사 골라LNG(21.09%),현대상선 지분을 9% 가까이 보유한 게버렌트레이딩(8.90%),현대산업개발의 1대주주인 템플턴 자산운용(18.53%) 등이 이번엔 경영참여 의사를 안 밝혀 단순투자로 간주됐지만 앞으로 보유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꿀 가능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이 나중에 얼마든지 보유목적을 바꿔 공시해도 상관없기 때문이다. ◆제도 보완 시급 증시 일각에선 이번 재보고와 관련,당초 정부 의도와 달리 외국계 펀드 등 잠재적 M&A 세력의 실체와 자금출처,조성경위 등이 제대로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소버린의 경우 이번 공시에서 자신들은 1991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증권투자그룹의 지주회사로 자본금은 1천만달러이며,주식취득 대금은 보유현금과 다른 보유증권의 처분대금으로 마련했다는 정도만 밝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소버린의 정체에 대해 그동안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데 반해 이 정도 보고만 보고 소버린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5%룰 개정에 이어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를 도울 수 있는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시행되고 있는 황금주제도나 차등의결권제를 도입하고 계열사 간 상호출자를 가로막는 출자총액제한제 등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용석·김진수·박동휘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