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지난 주말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며 배럴당 60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이에 따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추가증산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쿠웨이트 석유장관인 셰이크 아흐마드 파드 OPEC 의장은 유가급등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지난 주말 '하루 50만배럴 추가증산' 입장을 밝히고 회원국들의 의사타진에 나섰지만 시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현재로선 OPEC의 추가증산 여력이 부족한 데다 국제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들이 오히려 이를 노리고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는 상황이어서 증산의 실효성이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배럴당 60달러 돌파 초읽기=국제유가의 기준이 되는 서부텍사스중질유(WTI)와 브렌트유 최근월물은 지난 주말 일제히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WTI 5월물 종가(배럴당 57.27달러)는 60달러에 2.73달러 차이로 근접했다. 런던석유거래소에서 브렌트유도 WTI와의 격차를 1달러 이내로 좁히며 60달러를 넘보는 상태다. 올 들어 국제유가 상승폭은 45%에 달한다. 유가가 수년 내 최고 배럴당 1백5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지난주 골드만삭스의 보고서가 원유시장에 계속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멜버른 소재 ANZ투자은행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드 개리스는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는 매우 큰 파급효과를 가져왔다"며 "시장은 지금 공급과 수요가 실제 얼마인지 가늠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신흥공업국과 미국의 수요 급증으로 수급사정이 빠듯해지면서 투기펀드들이 속속 원유시장에 가세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OPEC 증산여력 바닥=유가급등이 지속되고 있는 근본원인은 수급불안이다. 특히 전세계 원유공급량의 40% 정도를 차지하며 국제유가를 좌지우지하는 OPEC의 증산여력이 고갈되고 있는 것이 최대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현재 OPEC의 하루 최대 증산여력을 1백70만배럴 정도로 보고 있다. 이는 OPEC의 하루 생산쿼터가 2천7백50만배럴임을 감안할 때 생산시설을 풀가동한다고 해도 6%밖에 증산효과가 없다는 얘기다.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비OPEC 원유생산 국가들의 증산여력도 비슷한 상황이다. 유가가 급등할 때마다 시장은 OPEC의 증산에 기대를 걸어왔지만 '증산약효'는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OPEC이 지난달 16일 회의에서 하루 50만배럴 증산에 합의했지만 국제유가는 다음날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투기세력들이 'OPEC 증산=증산여력 고갈'이라는 논리를 이용,증산합의 때마다 오히려 매수를 늘려 시장불안을 고조시키고 유가를 끌어올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알사바 OPEC의장이 다음달부터 하루 50만배럴 추가증산이 가능하다고 밝혔음에도 불구,배럴당 60달러돌파가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보는 분위기가 강하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