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서도 삼성전자는 일본 기업과 언론의 최대 관심사다. 신문과 잡지에는 거의 매일 삼성 관련 기사가 등장한다. 특히 나란히 순이익 1조엔을 넘은 도요타자동차와 삼성전자는 곧잘 비교 대상으로 화제에 오른다. 얼마 전 만난 캐논의 미타라이 후지오 사장 역시 인터뷰 도중 도요타와 삼성 얘기를 꺼냈다. 미타라이 사장은 평소 '도요타 배우기'에 공을 들인다면서 캐논이 채택한 셀(Cell) 방식도 도요타 공장을 방문해 얻은 아이디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삼성전자 등 한국 대기업의 발전 속도가 대단하다며 특히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경영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신호(4월5일자) '일본경제 입문'에서 다룬 '삼성과 도요타의 돈 버는 방법 차이'라는 글도 흥미롭다. 삼성전자의 강점은 '스피드'로 요약됐다. 경영 자원을 될 만한 사업에 투입,시장에서 빠르게 전개하는 전략은 일본 회사가 따라가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삼성이 상품 투입에서 앞서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액정 등은 모두 일본 메이커들이 먼저 시작한 분야다. 결국 삼성은 일본 회사가 제품을 내놓고 움직인 뒤 시장에 참여해 스피드로 시장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기술'을 중시하는 일본 메이커와 달리 삼성전자는 정확한 시장 조사와 주도면밀한 준비,결단력으로 수익을 거두는 '시장 중시형'이라는 분석이다. 이 잡지는 이어 도요타는 사업 착수의 주도면밀함,고객 중시,자체 인재 육성 등에서 삼성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도요타는 이익을 내기 위한 '구조(기반) 만들기'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삼성과 다르다는 것이 이 잡지의 결론이다. 필자인 스기야마 무사시정보개발 대표는 "삼성의 이익은 '프로의 이익'이지만 도요타의 이익은 굳건하고 풍부한 자산으로부터 배어나오는 '축적된 이익'으로 이익의 질에 상당한 차이가 난다"고 주장했다. 실력을 인정하면서도 시샘도 짙게 깔려 있는 것이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일본 업계의 현주소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