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동화가 아니라고 한다. 동화처럼 아름답거나 환상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동화는 아름다운가, 전래동화는 모르되 안데르센(1805~1875)의 동화로 보면 거리가 있다. 동화 하면 안데르센을 떠올릴 정도로 많은 작품을 썼고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의 작품은 디즈니 만화영화와 달리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대요'로만 끝나지 않는다. '인어공주'의 사랑은 이뤄지지 않고 '성냥팔이 소녀'는 길에서 얼어죽고, '빨간 구두'의 소녀는 구두가 벗겨지지 않아 발을 자르고서야 자유를 얻는다. '미운 오리새끼'는 백조로 변신하기까지 온갖 수난과 고통을 참고 견뎌야 한다. 예쁘게 꾸며지지 않은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은 불우하고 세상은 냉정하며 노력 없는 욕심은 통하지 않는다. 그의 동화는 비현실적인 꿈의 세계를 통해 아이들에게 환상을 심어주기 보다 현실에 대한 직시에서 찾아낸 보편적 진리를 전해준다. 병든 소녀의 방 창가에서 자라는 완두콩을 통해 진정한 삶의 가치와 사랑의 의미를 묻고('한 꼬투리 속의 완두콩 다섯알'),말을 소 양 거위 암탉 시든 사과로 바꾸고도 칭찬받는 할아버지를 통해 가족이란 무조건 믿어줘야 하는 존재(영감이 하는 것은 언제나 옳다)임을 알려주는 게 그것이다. 안데르센 탄생 2백주년을 맞아 덴마크는 물론 미국 호주 한국 등 세계 40여개국에서 연말까지 3천여건의 기념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이다. 국내에서도 안데르센 동화전집 및 평전이 간행되고 낭송회 등 각종 공연이 마련되고 있다. 안데르센은 코펜하겐 근처 오덴세에서 가난한 구두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는 제대로 교육을 못받았을뿐 아니라 사랑하는 이에게 거부당하고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결코 행복했다고 할 수 없었지만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세월과 시대를 뛰어넘는 1백30편의 동화를 썼다. 안데르센의 동화가 읽히는 것은 구어체의 간결한 문장, 구수한 입담, 풍부한 상상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무조건적인 사랑과 구원의 힘, 놀라운 풍자도 한 몫 한다. 작은 깃털 하나가 "들었나 들었어"라는 말과 함께 다섯 마리 암탉이 죽은 사건으로 뒤바뀌는 황당한 이야기('정말이야')는 소문이 생사람을 잡는 오늘날의 이야기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