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동안 빗장을 걸어온 개인 해외부동산 투자를 활성화시키는 방안을 다듬고 있어 구체적인 규제완화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일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정례브리핑을 통해 "내국인의 해외 리얼섹터(주택 등 부동산) 투자를 활성화하겠다"고 예고한 데 이어,6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대외경제위원회에서 이 같은 방침을 재확인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완화 내용은 실무 검토를 거쳐 이르면 상반기 중 결정할 계획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현재 '해외에서 2년 이상 살 사람'에 한해 '30만달러 이내'로 제한돼 있는 해외부동산 투자 허용 기준을 '본인 외 가족+투자한도 상향 조정'으로 완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금리 시대에 보다 적극적인 해외자산 운용의 길을 터주기 위해 실수요자가 아니더라도 일정한 조건을 달아 부동산 투자를 허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그럴 경우 자칫 해외 부동산 투기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어 정부가 최종 규제 완화 내용을 확정하기까지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해외 부동산 '빗장' 풀 때 됐다 정부가 개인의 해외 부동산 구입 등 해외 투자를 활성화하려는 건 두 가지 목적이다. 우선 경제 규모에 걸맞게 외환 거래를 자유화해 국력을 키우겠다는 것. 한 부총리는 "외환보유액이 많을 때 해외로 뻗어나가 중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며 "외국에 나가는 관광객들이 (한국인이 투자한) 골프장 호텔 식당 등을 이용하면 더 좋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외화 국내 유입은 길을 터준 반면 해외 유출은 지나치게 막아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의 요인이 된 것도 정부가 해외 투자 빗장을 풀게 한 이유로 꼽힌다. ◆환치기 등 '구멍' 많아 지금은 개인이 해외에 집을 사려면 꽤 엄격한 제한을 받는다. 현행 외환거래법은 2년 이상 해외에 체류할 목적으로 출국하는 실수요자 본인에게만 외국 부동산 구입을 허용하고 있다. 2년 이상 유학을 간다거나 외국 주재원으로 파견나가는 사람만 해외에서 집을 살 수 있도록 한 것. 금액도 30만달러(약 3억원) 이내여야 한다. 또 한국은행에 신고해 사실상 허가를 받도록 돼 있다. 이처럼 자격 요건이나 절차가 까다롭다 보니 지금까지 개인이 외국에서 집을 사겠다며 한은에 신고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해외 환치기 등 편법으로 한은 신고를 거치지 않고 해외에서 집을 살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한 탓이다. 현행 해외 주택 취득 규제는 사문화된 셈이다. ◆투자목적 허용 여부가 관건 정부는 현재 '2년 이상 해외에 살 사람(본인)'으로 제한돼 있는 외국 주택 구입 자격 요건을 '본인 외 가족'까지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30만달러인 금액 한도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한은 신고를 외국환은행 신고로 완화하는 방법도 가능한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문제는 실수요자가 아닌 사람에게도 투자 목적의 외국 주택 구입을 허용할지 여부다. 이를 풀면 정부가 해외 부동산 투기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올 게 뻔하다. 그렇다고 이미 다양한 방도로 집을 사고 있는 현지 거주 실수요자들에게만 규제를 완화할 경우 '하나 마나'한 조치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차병석·안재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