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계 고등학생들이 대학 입학에 '올인'하고 있다. 선린인터넷고 등 일부 '우량' 실업고들은 전체 졸업생의 70% 이상을 4년제대학에 진학시켜 실업계의 '특목고'라는 얘기까지 듣고 있다. 실업고가 인문계고 이상의 진학 성과를 내면서 실업고를 대학 진학의 '우회로'로 택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실업계 졸업생 대학 앞으로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시내 전체 실업계 고교 79곳을 대상으로 졸업생 진로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4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월 실업계고 졸업생 중 대학신입생이 차지한 비율은 56.1%로 1년 전의 45.3%보다 10.8%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취업생 비율은 49.7%에서 41.0%로 떨어졌다. 서울 실업고 졸업생 중 대학진학자 수가 취업자 수를 넘어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시교육청으로부터 집중적으로 지원받고 있는 특성화고나 서울 강남지역에 위치한 실업고의 경우 진학률이 어지간한 서울 강남지역 인문계고 수준에 육박한다. 이번에 3백58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선린인터넷고는 연세대 15명을 포함,4년제 대학에 모두 2백71명의 학생을 보냈다.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 위치한 대진디자인고도 2백99명의 졸업생 중 1백63명을 4년제 대학생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대학 진학에는 실업고가 유리 실업고 졸업생들의 진학률이 눈에 띄게 높아진 것은 2004년도 대입때부터 정원외 모집조항 이 신설됐기 때문이다. 정원외 3%까지를 실업계고 출신 학생으로 모집할 수 있는 규정이 생긴 후 대학들이 다투어 이 방식으로 학생을 뽑는 바람에 실업고생의 대입 도전 기회가 많아졌다. 수능탐구영역에서 직업탐구영역이 신설된 것도 실업고생이 자신있게 대입준비를 하게 된 원인이 됐다. 내신점수를 따는 것도 인문고보다 실업고가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상대적으로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적기 때문에 경쟁이 덜 치열해 중학교때 중상위권 정도만 공부해도 쉽게 1등급이나 2등급을 받을 수 있다. 실업고가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는데 유리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아예 대학 진학을 겨냥해 실업고로 입학한 학생들도 생기고 있다. 용산공고 오주혜 교사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영어나 수학은 실업고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과목이었지만 지난해 들어온 신입생들은 수능 대비를 위해 영·수에 매달린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대학 간판만을 노린 '묻지마' 지원은 불리할 수도 있다. 일단 실업고는 국어 영어 수학 등 수능 주요과목 수업 자체가 적다. 용산공고의 3학년 시간표를 보면 수학은 1주일에 1시간만 잡혀 있다. 동일계열로 진학할 때만 정원외로 입학할 수 있는 혜택을 받기 때문에 전공선택에도 제한을 받는다. ◆실업교육 시스템 바꿔야 실업고생들의 대학 진학 집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특성화고 관계자는 "실업고생이 산업현장이 아닌 대학을 택하면서 중소기업들은 산업현장 인력을 구하기 힘들어지고,고학력자가 된 실업고 졸업생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실업고를 현장인력을 양성하는 학교나 대학과 연계해 전문기술을 교육하는 학교로 구분,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