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파크의 양웅섭 대표(52)는 한식인 5일 충남 공주시 오곡동에 있는 어머니 산소를 이제 비로소 떳떳하게 찾아갈 수 있게 됐다. 경영난으로 도망다니다시피하던 그가 기사희생의 전기를 찾았기 때문이다. 휴대용 동영상 반주기 개발에 매달려오다 자금난에 봉착,지난 반년여 동안 채권자들에게 지독하게 시달렸던 그는 20여명에 이르는 직원들마저 떠나버린 서울 역삼동 원경빌딩 4층 사무실에서 혼자서 자리를 지켜야 했다. 이 사업을 하면서 지금까지 그가 빚진 돈은 총 7억원. 은행채무 5억원과 납품대금 미지급금 2억원이다. 이 중 가장 힘겨운 부채는 납품대금 미지급금. 지난해 10월 부품을 공급해주고 돈을 받지 못한 한 전자업체 사장이 "당신 때문에 부도가 나게 됐다"며 멱살을 잡고 찬비 내리는 청계산으로 그를 끌고 갔다. 이 바람에 온몸이 진흙투성이가 돼 다음날 아침에야 돌아올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지난해 12월18일 어머니를 여의게 됐다. 양 대표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는 데도 전혀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빚에 너무 시달리니까 눈물조차 나지 않더라는 것. 이처럼 어려움을 겪던 아이디어파크는 이달들어 DVD반주기를 일본의 P사에 3억원어치 납품할 기회를 잡았다. 벼랑 끝에서 살아나게 된 것이다. 양 대표가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된 것은 그의 피나는 노력 덕분이었다. 지난해 가을 이미 사표를 낸 박병용 기술고문의 집을 찾아가 계속 설득해 지난 5년간 개발해 오던 '휴대용 동영상 DVD반주기'를 상품화하는데 힘을 쏟았다. 추운 겨울밤을 함께 지새며 반주기를 드디어 완성해냈다. 양 대표는 "이 반주기는 동영상을 갖춘 휴대용으로 세계 최초로 개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제품이 개발되자 그는 정신없이 투자자를 찾아나섰다. 채무자를 피해가며 투자자를 쫓아다니다 뜻밖의 구세주를 만났다. 친지의 소개로 만난 투자자가 그의 사무실을 찾아와 개발된 제품을 보더니 선뜻 5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제안해온 것이다. 이렇게 어려움을 겪던 양 대표도 한때는 잘 나가는 기업인이었다. 새한전자의 임원으로 근무하다가 지난 98년 창업한 뒤 2002년 전화발신자 표시기를 개발해 월 4억원의 주문을 받을 때만 해도 그는 유망한 중소기업가였다. 하지만 곧 발신자표시기의 과당경쟁으로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빚독촉을 받게 되자 그는 사무실을 유지하기 위해 2천원짜리 이상의 점심을 거의 먹지 못했다. 주유소에서 "1천원어치만 기름을 넣어달라"고 했을 때 주유원의 표정은 정신병자를 쳐다보듯 했다. 그러던 양 대표가 일본수출을 계기로 밀린 빚을 갚고 재도약할 기회를 잡은 것이다. 양 대표는 "이제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됐으니 어머니 산소를 찾아 마음놓고 한번 울어야겠다"며 이를 악문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