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전수거물 관리센터(원전센터)를 짓는 지역에 왜 보조금을 줘야 합니까?" 북유럽의 대표적인 강소(强小)국으로 꼽히는 스웨덴.수도인 스톡홀름에서 하늘로 곧게 치솟은 침엽수림을 가르며 북쪽으로 두 시간 정도 달려 찾아가 만난 포스마크 원전센터 관계자의 첫마디는 기자를 당황스럽게 했다. 원전센터를 유치해주는 대가로 스웨덴 정부가 포스마크 지역에 얼마의 지원금을 주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어리둥절해하고 있는 기자에게 그는 설명을 이어갔다. "어차피 포스마크 지역에 3기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 중이고 이곳 주민들 역시 그동안 원전 덕분에 값싼 전기료 혜택을 받아왔습니다. 특별히 보조금을 받을 필요도 없었고 주민들 또한 요구하지도 않았습니다." 순간 한국의 상황이 머리를 스쳐갔다. 한국 지방자치단체들은 원전센터 유치지역에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못 미더워하며 '명문화(明文化)'를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 정부는 부랴부랴 3천억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방폐장 유치지역 지원 특별법'을 제정해야 했다. 스웨덴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원전센터 유치지역에 정부가 당연히 지원금을 내놓았을 것이라는 기자의 '상식'은 유감스럽게도 '한국형 편견'일 뿐이었다. 스웨덴은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높지만 자원 빈국이란 점에서는 우리와 꼭 닮은 꼴이다. 그러나 방사성 폐기물에 대한 인식은 딴판이다. 원전수거물을 혐오스런 위험 물질로 취급하는 한국과 달리 스웨덴 국민들은 경제 성장을 위해 발생하는 필연적인 산업 부산물로 인식하고 있었다. 방사성 폐기물은 이미 여러 갈래로 안전성이 입증된 원전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치러야 할 최소한의 대가라는 사실을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스웨덴 국민들의 사고방식을 그저 지구 반대편 끝에 위치한 '딴 나라' 사람들의 생각으로 치부해버려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다. 포스마크(스웨덴)=이정호 경제부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