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역사·공민교과서 검정 결과는 일본이 과거 역사에 대해 '자성과 사죄'를 하기는 커녕 '가학적 침탈'을 미화하는 등 개악한 내용이 적지 않아 일본 정부의 역사왜곡 시정 노력을 의심케한다. 분석대상에 오른 역사ㆍ공민교과서에서 오히려 개악된 부분 11곳과 현행 왜곡 수준을 유지한 곳 27곳을 포함해 여전히 시정이 필요한 곳이 무려 42개 항목에 달한 반면 완전히 개선된 부분은 4개항목에 불과한 게 이를 반증한다. 더욱이 일본이 조선을 청조와 서구열강으로부터 독립시켜 근대화를 도왔다는 '침략적 제국주의사관'도 거의 시정되지 않았고 일부 개선된 부분도 표현을 완화하거나 용어사용을 바꾼 것에 불과했다. '부차적'인 왜곡 부분은 생색내기용으로 화장만 고치면서 '본질적'인 부분에서의 왜곡은 더욱 심화시켰다는 얘기다. ◆ 새로 '개악'된 왜곡 내용=8종의 역사교과서 중 현행본보다 개악된 부분은 7곳이다. 후소샤 교과서는 '조선의 근대화와 일본'이라는 별도 칼럼을 신설,조선이 일본의 식민지배로 근대화됐다는 억지주장을 중학생이 사용하는 교과서에 버젓이 실었다. 또 '중국은 구미열강의 무력에 의한 위협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고 중국에 조공했던 조선도 마찬가지'라든가 '당나라에 조공했던 신라''중국 청조에 조공했던 조선'등의 표현으로 한민족의 자주성을 부인하고 폄훼했다. 게다가 "5∼6세기 일본 야마토 조정이 조선반도의 정치에 관여해 중국의 앞선 문화가 일본에 받아들여졌다"며 당시 한반도의 고대국가를 속국시했다. 또 국내 역사학계에서 일반적으로 황해도 일원으로 추정하고 있는 대방군의 중심지를 일본학계에서도 소수 견해인 현재의 서울로 기술했다. 교육출판 교과서는 일본의 침략의도에 의해 일어난 1875년 강화도 사건을 단지 '일본 군함이 강화도에 근접 측량했기 때문에 조선 포대로부터 공격을 받아 일본측이 점령한 사건'이라고 기술,침략의 계획성을 슬그머니 감췄다. ◆'개선'은 가뭄에 콩 나듯=우리 정부가 4년전 교과서 검정결과에 비해 개선됐다고 평가한 것은 4건이고 미흡하지만 일부 나아진 측면이 있다고 본 것도 4건이다. 후소샤 역사교과서는 현행본의 '조선반도가 일본에 적대적인 대국의 지배하에 들어가면 일본을 공격하는 절호의 기지가 돼 곤란해진다'는 표현을 '조선반도에 일본의 안전을 위협하는 세력이 미친 적도 있고 일본은 이런 동향에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로 완화했지만 여전히 왜곡된 사관에 입각해 서술했다. 또 갑신정변을 '일본 메이지유신을 본받아 근대화를 추진하려 한 김옥균 등에 의한 쿠데타'라고 기술,한국사가 내부의 주체적 동력에 의해서가 아닌 외세에 의해 전개된 것으로 기술했다. 완전 시정된 부분은 △6세기 삼국 및 국제관계 △삼국 조공설 △조선은 문관사회 △일본정부의 조선 중립화 방안 등 4곳에 그쳤다. '현행 유지'부분도 대부분이 일제의 침탈행위를 정당화한 내용 일색이다. 일본 침략에 따른 수탈과정의 참상은 단 한줄도 기술하지 않은 채 한·일합병의 정당성을 부각시키거나 조선총독부가 조선근대화에 이바지했다는 식으로 왜곡했다. 종군위안부 문제는 아예 다루지 않았고,창씨개명과 조선인 징용·징병에 대해서는 사실만 기술하고 '강제성'은 언급조차 없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