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식목일은 산불로 얼룩졌다. 비무장지대(DMZ)에서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전국 23곳(산림청 집계)에서 산불이 발생,임야 등 3백여㏊가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천년 고찰인 낙산사 중심전각인 원통보전이 전소되는 등 문화재 피해도 엄청났다. 이처럼 산불이 전국적으로 번진 것은 불이 한밤중에 발생한 데다 건조한 날씨,강풍까지 겹치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긴급 방문,양양지역에 재난사태 선포를 지시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전소된 천년 고찰 낙산사=지난 4일 밤 양양 산악지역에 발생,강풍을 타고 계속 번진 산불은 5일 오후 급기야 낙산사를 덮쳤다. 화마로 인해 일주문은 물론 스님들이 머무는 요사채,원통보전까지 전소됐다. 소방방재청 산림청 등 관계 당국은 헬기 10여대와 소방 인력 1천여명을 투입해 보타전과 원통보전,이를 에워싸고 있는 원장(시도유형문화재 제34호),홍예문(시도유형문화재 제33호) 등 목조 건물을 보호하기 위해 총력을 쏟았지만 천년 고찰이 소실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낙산사 경내에 있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지불(종이 불상)인 '건칠관세음보살좌상(보물 제1362호)'을 비롯한 신중탱화,후불탱화 등 3개의 문화재는 이날 오전 지하 창고로 옮겨져 일단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낙산사 경내 대부분의 건물이 소실됐다. 상황이 악화되자 양양 지역 주민 1천4백여명과 낙산사 인근 호텔 투숙객 및 직원 1백여명 등 1천8백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또 속초 강릉 등지로 이어지는 7번 국도가 설악산 입구∼양양 연창 삼거리까지 20km 구간의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되면서 교통 대란도 발생했다. ○DMZ∼제주까지 산불=올해는 최악의 식목일로 기록되게 됐다. 남한 최북단인 DMZ에서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소방방재청과 산림청이 집계한 이날 산불만 23군데에 이르고 있다. 지난 4일 오전 고성군 동부전선 DMZ 고황봉 서쪽 2km 지점에서 재발한 산불이 5일 오전 남방한계선을 넘어 고성지역으로 확산됐다. 서산에서는 이날 새벽 해미면 대곡리 한서대 뒤 가야산 중턱에서 불이 나 정상 부근까지 임야 20㏊가량을 태웠다. 제주도에서도 북제주군 한림읍 상명리 과수원 인근 야초지에서 불이 나 15∼20년생 소나무와 잡목 등 1천여㎡를 태웠다. ○금강산 관광 차질=현대아산은 DMZ에서 발생해 고성지역으로 번진 산불로 인해 통행이 위험해짐에 따라 금강산 당일관광을 마치고 이날 육로로 귀국할 예정이던 관광객 2백23명에게 금강산에서 하루를 더 묵도록 했다고 밝혔다. 또 이날 오후 4시30분 금강산으로 떠날 예정이던 관광객 3백60명의 여행 일정도 취소돼 전액 환불 조치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