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기업의 경영 관행중 가장 큰 차이는 직원 해고방식이다. 한국 기업에선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나이에 대한 일률적인 명예퇴직 권고나 압력을 미국 기업에선 찾아볼 수 없다. 외환위기 직후 혹독한 구조조정을 강요당한 한국 금융회사들은 직원수를 줄이기 위해 일정 나이 이상의 직원들을 사실상 강제퇴직시켰다. 직원들의 개인별 능력이나 실적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체계가 없었던 탓에 불만을 없애면서 정리해고를 할 수 있는 가장 편리한 기준은 나이였다. 능력있는 사람들도 '나이가 많다는 죄' 때문에 옷을 벗어야 했고 지금도 그런 관행은 이어지고 있다. 아마 미국 기업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더라면 대규모 소송을 당했을 것이다. 나이나 성별 차이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미국에서도 예외가 있게 마련이어서 알게 모르게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연장자를 홀대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런 기업들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같다.미국 대법원이 나이 차별에 대한 소송을 훨씬 쉽게 낼 수 있도록 하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기업이 나이에 의한 차별을 하려는 의도가 없었더라도 결과적으로 나이 많은 직원이 젊은 직원에 비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면 소송에서 이길 수 있게 됐다. 지금은 소송당사자가 기업이 나이에 의해 차별하려 했다는 의도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소송 초기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이 차별 소송이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 그때마다 기업들은 나이가 아닌 합리적인 기준에 의해 급여나 승진에서 차별을 뒀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훨씬 커질 전망이다.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40대 후반에 들어서면서부터 언젠가 퇴진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공포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에겐 능력이나 경험 유무에 관계없이 들어가는 나이가 원망스러울 것이다. 미국 대법원의 결정은 먼나라 얘기일 뿐이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