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홍식 < 삼성토탈 사장 hs.ko@samsung.com > 필자는 최근 중국 남부지역에 위치한 거래선을 방문한 적이 있다. 가전제품 생산업체인데 놀라운 사실은 모든 제품의 디자인을 미국에서 수행하고 있으며, 생산된 제품은 전량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었다. 중국의 많은 중소 가공업체는 이미 시장 중심의 경영을 뿌리 내리고 있었다. 특히 대부분의 설비가 자동화돼 있었다. 반면에 우리 나라 중소 가공업체는 외환위기 이후 한 때 중국으로의 사업이전이 유행처럼 번졌었다. 저가의 인건비와 기계설비, 최대 소비시장 등이 중국으로 이전하는 주된 이유였다. 6~7년이 지난 지금, 당시 중국으로 진출한 중소업체들이 실패한 경우를 주위에서 많이 본다. 오는 2010년 경이면 우리 나라의 일부업종의 기술격차가 중국에게 추월당할 것으로 전망된다.기술경쟁력은 그렇다 치더라도 저부가 제품의 가격과 생산성 경쟁력은 이미 중국이 우리 나라를 앞서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중국의 추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상호 보완적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 나라는 중국과 동반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일 것이다. 중국 시장의 성장을 잘 활용해서 우리의 성장을 이루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우리 기업은 IMF 위기에도 잘 견뎌왔다. 오히려 위기를 통해 세계적인 규모로 성장한 기업도 많다. 우리기업만큼 중국을 많이 아는 기업은 드물다. 지금부터라도 철저한 중국 현지화전략을 통해 중국시장을 조사ㆍ분석해 사업을 시작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장이 중국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이 단지 거대 성장시장이라는 유혹 때문에 무모한 승부를 거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중국시장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시장에서 우리는 서구기업들 보다 많은 강점을 지니고 있다. 같은 동양권 문화를 이루고 있으며, 외형적인 모습도 동질감을 느낄 수 있고 지리적으로도 가깝다. 중국의 발전이 우리에게 위협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의 발전은 우리 경제에 또 한 번의 기회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우리의 열악한 기술이나 자본이 아니라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에 대한 자신감 상실이다.과거 70~80년대의 성공사례의 여건과 지금을 비교한다면 지금이야말로 과거 어느 때보다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기업가정신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