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한국석유공사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국내 유일의 국영 석유회사로 석유 수급 안정이 회사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석유공사는 현재 상황을 준(準)위기로 보고 있다. 한국의 산업구조가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유가의 고공행진이 지속될 경우 1970년대 전세계를 강타한 석유파동이 한국에서 재연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석유공사는 우선 석유 비축 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함으로써 예기치 않은 어려움에 대비하고 있다. 현재 국내 비축유는 대략 8천만배럴로 전 국민이 42일 동안 쓸 수 있는 물량이다. 석유공사는 비축유를 2008년까지 1억4천1백만배럴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07년까지 1억4천6백만배럴의 비축시설을 확충키로 했다. 이같은 계획이 마무리되면 석유공사는 60일치의 비축유를 확보해 석유위기 대응능력이 높아지는 한편 한국을 동북아 석유물류 거점으로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이와 함께 국내외 석유개발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에선 98년 경제성있는 가스전을 처음 발견했으며,지난해부터 울산 앞바다 '동해-1가스전'에서 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동해 시추를 통해 '국내 대륙붕 제6-1광구'에서 양질의 석유가스층을 새로 발견했다. 매장량은 약 4백억입방피트(LNG 환산 80만t)로 추정됐다. 석유공사는 동해-1 가스전과 6-1광구 가스전을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해 개발할 계획이며 향후 추가 투자 부담 없이 2007년 하반기부터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에선 12개국에서 19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19개 사업은 생산 8곳,개발 2곳,탐사 9곳이다. 석유공사 기술진에 의해 처음으로 원유 탐사 및 개발에 성공한 베트남 '15-1광구'에서는 2003년 10월부터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또 해외 광구의 일부 지분을 국내 민간기업에 넘겨주는 등 국내 에너지기업의 해외 진출을 유도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외국 기업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어 국제 에너지 확보전에 적극 나설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카자흐스탄 국영석유회사인 KMG 및 러시아의 국영석유회사 로스네프트와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었다. 이어 11월엔 브라질 국영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12월엔 호주와 영국의 합자회사인 BHP 빌리톤과 제휴했다. 석유공사는 전통적인 석유사업뿐만 아니라 오일샌드 사업(석유가 묻어있는 사막 모래에서 석유를 채취하는 작업),가스 하이드레이트(바다 밑에 고체 형태로 얼어있는 천연가스) 채취사업 등 미래 에너지사업 연구도 진척시켜 나가고 있다. 이억수 석유공사 사장은 "미래지향적 사업을 통해 석유의 안정적 공급을 도모하고 에너지 절약에도 앞장섬으로써 국민과 함께 고유가시대를 극복해 나가는 공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