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에서 'SK'라는 브랜드는 단순한 그룹 명칭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우선 계열사를 잇는 연결고리다. 2003년 구조조정본부를 해체한 이후 SK의 각 계열사는 원칙적으로 독립경영체다. 최태원 SK㈜ 회장이 그룹 회장을 한사코 마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신 계열사들은 'SK'라는 브랜드로 연결된다. "SK의 기업문화를 공유하겠다면 누구라도 'SK'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한 최 회장의 언급은 바로 이런 맥락이다. SK는 또 사회공헌활동의 대표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각오다. 그래서 그룹의 경영목표까지 '이윤극대화'에서 '행복극대화'로 바꾸었다. ◆'고객이 행복할 때까지 OK!SK' SK의 브랜드 경영은 CI(기업이미지)를 변경한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K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직후인 98년1월 '선경'에서 'SK'로 CI를 바꾸었다. 기업슬로건으로는 '고객이 OK할 때까지 OK!SK'를 채택했다. CI 변경을 통한 단순한 사명 변경 차원이 아니라 고객만족 경영의 전기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99년에는 '고객이 행복할 때까지 OK!SK'로 수정됐다. '고객만족'수준을 넘어 '고객행복'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식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SK'와 각운을 맞춘 'OK'를 기업명에 붙인 'OK!SK'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기업슬로건인 'OK!SK'는 그 자체로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했으며,국내의 대표적인 기업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SK의 브랜드캠페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OK캐쉬백' 'OK마트' '고객행복주식회사-SK주식회사' 등 고객에게 직접 다가가는 세부 브랜드를 속속 개발했다. 현재 30여개의 하위 브랜드가 고객과 함께 살아 숨쉬게 된 것도 'OK!SK'라는 브랜드를 확장하려는 노력의 결과다. ◆'주식네트워크'에서 '브랜드네트워크'로 "이제 더 이상 주식 지분만으로 얽힌 경영체제는 의미가 없습니다."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해 10월 제주 CEO세미나에서 한 말이다. 최 회장은 "지금과 같이 주식 지분의 소유구조로 묶여 있고 총수가 지배하는 체제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역설했다. 개별기업 스스로 생존조건을 갖추고 자율적으로 회사의 미래를 의사결정할 수 있는 조직으로 빠르게 전환할 것을 주문한 것. 대신 새로운 경영체제는 'SK'라는 브랜드로 연결된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새로운 그룹개념이 '브랜드와 기업문화를 공유하는 네트워크'다. SK측은 브랜드의 공유를 단순한 회사명과 상품브랜드를 계열사가 함께 사용한다는 것을 넘어선다고 강조한다. '고객'의 공유를 통해 고객의 가치를 제고하고 개별기업을 넘어선 시너지를 키운다는 의미라는 설명이다. SK 계열사가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는 다르지만 그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동일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고객만족을 위해 서로 다른 회사가 제휴하고 협력하는 이제 당연한 패러다임이라는 것이다. ◆막강 브랜드파워 이같은 브랜드캠페인을 통해 SK브랜드는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분야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파워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산업정책연구원이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6국을 포함,총 36개국과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SK텔레콤은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SK㈜도 SK엔크린과 ZIC XQ가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선정하는 브랜드파워 조사에서 7년 연속 브랜드파워 1위에 선정되는 등 장수브랜드의 위력이 갈수록 맹위를 떨치고 있다. SK그룹은 SK브랜드를 에너지·화학분야에서 아시아 메이저 브랜드로,정보통신분야에서는 아시아권은 물론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 시장에서 유비쿼터스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브랜드로 포지셔닝하기 위해 최근 글로벌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