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유가가 연일 사상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있으나 물가상승분을 제거한 실질 유가는 제2차 석유파동이 있었던 1980년의 절반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또 한국 경제의 석유 의존도가 당시보다 훨씬 낮아졌기 때문에 경제적인 충격은 당시의 46%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최근의 국제유가 상승세는 과거와 달리 구조적·경제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단기간에 해소되기 힘들어 당분간 '고유가 시대'가 계속될 것으로 우려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발표한 '최근 고유가와 70년대 오일쇼크의 비교'보고서에서 "과거 세차례에 걸친 석유파동과 달리 최근의 고유가 현상은 경제적인 충격이 덜하다"고 진단했다. 지난 1973년 중동전쟁으로 발생한 1차 석유파동은 1개월 사이에 유가가 4배 이상 폭등했으며,1979년 이란 혁명과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2차 석유파동 때에는 5개월만에 유가가 2.6배 수준으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촉발된 제3차 석유파동 때에도 유가가 단 3개월만에 배럴당 17달러에서 41달러로 급등했다. 그러나 최근의 유가 상승은 중국의 석유수요 급증,중동정세 불안 등에 따른 것으로 지난 17개월간 1.8배 상승해 과거에 비해 상승 속도와 폭이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유가는 지난 80년의 52%에 불과하고 한국 경제의 석유의존도는 당시에 비해 15% 감소해 경제적인 충격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KIEP가 실질유가와 석유원단위(국내총생산 대비 석유소비량)를 곱한 '유가영향지수'를 산출한 결과 이달 유가수준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의 크기는 2차 석유파동기의 정점 때에 비해 46%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그러나 과거에는 유가 폭등의 주요 원인이 우발적이고 비경제적인 요인이었기 때문에 전쟁이나 금수조치 등의 요인이 해소되면 추세가 반전됐으나 최근에는 구조적이고 경제적인 요인에 따른 것이어서 단기간에 해소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최근 유가상승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보임에 따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고유가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