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인 경영 방식을 고수해왔던 독일 기업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외국 자본유입이 계기다. 높은 지분율을 가진 외국인 주주들의 입김으로 독일 우량기업들은 점차 주주 중시와 수익성 위주로 경영방식을 바꾸고 있다. 또 경영 이사회와 감독 이사회로 양분돼있는 독일 특유의 기업지배구조도 갈수록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경영환경 변화 추세에 맞춰 개선하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로 기업 관행 변화 독일 우량 기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은 급증하고 있다. 현재 독일 증시에 상장된 초우량 기업 30개에 대한 외국인 보유 지분율은 50%를 넘어섰다.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알리안츠 등 대형 금융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대기업 주식을 대거 처분한 반면 사모펀드나 헤지펀드 등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은 지분을 늘리고 있다. 독일 경제에서 외국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긍정적인 효과와 함께 부정적인 영향도 나타나고 있다. 먼저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외국인 주주의 경영 간섭이다. 이들은 독일 우량 기업에 대해 현금 유출을 막으면서 실적 위주의 경영을 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독일 증권거래소인 도이체 뵈르제가 런던 증권거래소 인수를 추진했다가 자금 유출을 우려한 외국 주주들의 압력으로 철회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또 아디다스,바스프,BMW 등은 지난달에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줄줄이 발표하기도 했다. 반면 긍정적인 효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MAN이라는 독일 업체는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진 후 수익성이 개선돼 주가가 최근 2년 사이 세 배나 올랐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주주의 영향력 확대로 경영 투명성 제고,투자자 관리 강화,경영정보 공개,수익성 위주 경영 등의 긍정적인 효과와 함께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 증가,장기적인 차원에서의 기업 투자 위축 등 부정적인 측면도 부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배구조도 변화 조짐=독일 기업들은 일반 기업의 이사회와 같은 '집행 이사회' 외에도 채권단 대표,전직 최고경영자(CEO),근로자 대표 등이 참여하는 '감독 이사회'를 두고 있다. 이는 독일 기업의 오랜 관행으로 투명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의사결정이 느리고,과감한 구조조정이 어려우며,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기업이 유연하게 대처하기 힘들다는 치명적 약점도 안고 있다. 이에 따라 독일 내에서는 이런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독일 내에서는 전직 CEO가 감독이사회 의장을 맡는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또 최근 정부 기구인 기업지배구조 개선위원회는 30명 이상으로 구성된 감독 이사회 인원을 줄여야 한다는 개선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와 함께 감독 이사회에 주주들이 더 광범위하게 참여해야 하며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의사결정에 반영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