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올해 유럽 매출 목표를 2백억달러로 잡았다.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의 전자관계사를 중심으로 한 이같은 매출 목표는 지난해 1백60억달러보다 25% 증가한 것이다. 삼성의 전자관계사 유럽 매출은 2002년 90억달러에서 2003년 처음으로 1백억달러를 돌파,1백20억달러를 기록했었다. 현재 삼성은 유럽 16개국에 걸쳐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코닝 삼성SDS 삼성네트웍스 등 전자 관련 6개사가 총 46개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해 9월 유럽을 방문,헝가리에서 전자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고 유럽시장 확대 전략을 구체화했다. 이 회장은 당시 회의에 참석한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이윤우 부회장,최지성 사장,삼성SDI 김순택 사장,삼성전기 강호문 사장 등과 유럽연합(EU) 확대로 큰 변혁이 예상되는 유럽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전략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기업간의 경쟁이 더욱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치밀한 전략과 세계 일류 수준의 기술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생존 자체가 어렵다"며 "EU 확대에 따라 시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유럽에서의 성공이 선진 시장에서의 승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므로 철저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동유럽 8개국 등 10개국이 EU에 추가로 가입함에 따라 유럽이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대의 단일 경제권으로 부상하게 됐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EU의 확대는 시장의 확대라는 기회와 경쟁의 심화라는 위협을 동시에 가져다 줄 수 있으므로 현재까지의 전략과 인식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별로 다양한 특성이 있는 유럽 시장을 대상으로 브랜드 디자인 기술력 등 각 부문별 경쟁력 우위를 무기로 최고급 시장을 선점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당시 회의 이후 삼성은 '유럽시장 확대 3대 전략'을 마련,추진하고 있다. 3대 전략의 첫번째는 EU 경제권별로 특성화된 경영전략을 전개하는 것이다. EU가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는 물론 CIS(독립국가연합) 지역 국가로 경제권이 확대되면 소비시장(서유럽),생산거점(동유럽),천연자원(CIS지역 국가)을 갖춘 자급자족화가 가속화될 전망이어서 각 지역 특성에 맞는 전략적인 대응을 한다는 게 삼성의 전략이다. 두번째로 삼성은 세계 최고급 시장인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감성 마케팅을 펼치기로 했다. 여러 국가와 민족으로 구성된 유럽 최고급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 브랜드 디자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키는 감성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올림픽 스포츠 마케팅과 휴대폰,모니터로 높아진 브랜드 파워를 디지털TV 등 첨단 디지털 분야 시장 선점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라며 "특히 유럽인과 유럽 문화에 대한 이해 차원에서 이건희 회장이 일찍부터 추진해온 애견,승마 등에 대한 지원과 육성을 감성 마케팅의 한 방편으로 지속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세번째 전략으로 유럽 강소국과 선진기업의 글로벌 전략을 벤치 마킹하기로 했다. 네덜란드 핀란드 등 소국에서 사업을 시작해 세계 초일류로 성장 발전한 기업들의 유럽 전략과 글로벌 전략을 면밀히 분석해 벤치마킹 사례로 활용키로 한 것이다. 삼성은 벤치 마킹에서 더 나아가 유럽 선진기업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함으로써 경쟁적 관계보다 상생의 관계로 발전하는 방안도 모색키로 했다. 이같은 그룹 차원의 유럽 전략에 맞춰 삼성전자는 독일에서 고품격 '문화재 마케팅'을 펼치는 등 다양한 후속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베를린 샤를로텐부르크 관문(Charlottenburg Gate)과 프랑크푸르트 돔 성당 등의 문화재 복원 현장을 복원 작업이 끝날 때까지 초대형 광고로 덮어 명소를 활용한 대대적 광고활동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단순한 브랜드 광고 차원을 넘어 독일의 역사와 문화에 기여하는 '공익' 이미지를 독일인들에게 깊이 각인시키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독일은 물론 터키 폴란드 프랑스 등 유럽 전역에서 소비자들과 현지 언론 등으로부터 호평받으며 브랜드 파워를 높여가고 있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이번 유럽 방문을 계기로 유럽 사업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