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 3월 또다시 기준 금리를 인상했다. 최근 일곱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올리면서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은 향후 좀더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같은 뉴스는 금융시장을 다소 긴장시켰지만 달리 생각하면 전혀 나쁜 소식은 아니다. 기준금리 인상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경제가 뚜렷하게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는 인위적인 '저금리 정책'의 지원을 더 이상 필요로 하고 있지 않다. 특히 부동산 및 원자재 시장의 가격 급등을 금리 인상을 통해 잡아야 하는 필요성도 생겼다. FRB의 금리인상 발표가 있었던 날 미국의 채권금리는 크게 뛰었지만 다음날 곧바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인플레이션으로부터 보호를 받는 미국의 30년짜리 국채 금리는 지난달에는 연 4.6%로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이는 금리 인상에도 불구,사람들이 여전히 채권시장에 투자하기를 원한다는 얘기다. 비관론자들은 이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대다수 선진국들이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1950년대에는 노동인구(20∼65세) 7명이 1명의 노인을 먹여 살리는 사회구조였지만 오는 2050년이 되면 노동인구 2.6명이 노인 1명을 책임져야 하는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고령화 사회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사람들은 낮은 이자율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장기 국채에 투자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 언론들은 "고령화 사회가 되면 노동인력 부족으로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며 미국의 노동생산성도 2%대 밑으로 하락할 것"이라며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미래에 대해 너무 비관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유럽이나 일본 등 선진국들의 경제성장 속도는 다소 늦춰질지 모르나 중국 인도 등 신흥 개발도상국들이 세계경제 성장을 견인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 아시아 국가의 경제성장은 국제 금융시장에서도 긍정적인 역할을 해줄 것이다. 가파른 경제성장으로 아시아 시장에선 자금 수요가 늘어날 것이며 낮은 채권금리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선진국 투자자들은 중국이나 인도 채권시장으로 관심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그렇지만 가까운 장래에 아시아 금융시장은 선진국보다 훨씬 더 높은 수익률(이자)을 제공할 것이다. 이는 역으로 선진국의 채권금리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같은 전망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오는 2050년 중국 인구는 미국보다 4배나 많은 15억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미국의 절반에만 도달해도 중국 경제는 미국보다 두 배나 규모가 커지게 된다. 이같은 시나리오가 과연 실현 가능할까. 대답은 '그렇다'이다. 지난 40년간 일본의 1인당 GDP는 미국 1인당 GDP와 비교해 20%에서 96%로 대폭 늘어났다. 같은 기간 홍콩(16%→70%)이나 한국(11%→50%) 등의 1인당 GDP도 놀라운 속도로 증가했다. 중국이나 인도는 이들 아시아 국가보다 오히려 더 빠른 경제성장을 이뤄내리라고 기대할 수 있다. 중국 인도 등은 이미 개발돼 있는 신기술을 손쉽게 이용,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중국이나 인도의 노동인구는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더 젊다. 고령화 문제를 당분간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입장인 셈이다. 미국 경제의 미래가 불안하다며 미국의 장기 국채에 돈을 묻어 둔 사람들은 조만간 자신의 판단이 잘못이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정리=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 ◇ 이 글은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경영대학원의 제레미 시걸 교수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The Next Great Wave of Growth'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