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칠두 <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cdkim@e-cluster.net > 얼마전 한 행사장에서 한국의 유명한 CEO 서두칠 동원시스템즈 사장을 첫 대면한 자리에서 서로 주고받은 명함을 보고 씩 웃었다. 이름이 엇비슷하다는 데 정감을 느껴선지 스스럼 없이 금방 친해져 나중에 꼭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초면임에도 오래된 친구같은 기분이었다. 필자는 이름에 대해서는 어릴 때부터 고민이 많았다. 두꺼운 전화번호부를 뒤져봐도 딱 한사람만 있을 정도로 드문 이름이기에 어릴 적 또래 친구들로부터 심한 놀림을 당하곤 했다. 이름 때문에 속이 상하고 웬지 주눅이 드니 젊을 때는 이 고민거리에서 벗어나고자 했지만 쉽지 않았다. 광화문 골목 유명하다는 작명소에도 찾아가 새 이름을 지어봤지만 맘에 안들고, 게다가 미성년자가 아닌 성인 남성의 경우 병역의무 등으로 개명이 까다롭다기에 포기하고 말았다. 나이가 들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니 이름에 대한 콤플렉스는 상대적으로 별게 아니었음을 깨닫게 됐다. 주위에서 형제간의 보이지 않는 경쟁의식, 부모의 명성이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자책감 등 저마다 한 두가지의 콤플렉스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사실 세상사 대부분이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듯이, 남들이 생각하면 별 것도 아닌 데도 스스로를 탓하며 스트레스를 키워온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름도 마찬가지다. 본인이 만족하고 부끄럽지 않다고 생각하면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부모님이 애써 지어주셨고, 은연중에 북두칠성(北斗七星)을 뜻하는 근사한 이름이라 생각하며, 개명보다는 자랑하고 노력하는 가운데 이 모든 문제가 ‘이름탓’이기 보다 내 자신의 문제였다는 점을 알게 됐다. 촌스럽고 분위기 좀 없으면 어떤가. 부르기 좋고 친근감을 주면 되지 않는가. 사실 흔치 않은 이름 덕분에 갖가지 사연도 있었지만, 돌이켜 보면 바쁜 현대사회에서 무수히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면 기억하기 좋은 이름이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다소 이색적인 이름을 가진 사람을 만날 때 이를 가지고 농담하지 않는 예의가 몸에 베인 점도 하나의 소득이다. 지금이라도 이름 때문에 애먹는 사람이 있다면 지나간 내 얘기가 작은 보탬이 됐으면 한다. 빠른 시간안에 서두칠 사장을 만나 별난 이름에 얽힌 정담을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