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미군에 우유를 납품하게 됐다는 것 보다는 우리 우유가 세계 최고급 우유로 인정받았고 ‘한국 우유의 세계화’를 위한 전기를 마련했다는게 가장 큰 수확이지요"


남양유업이 국내 우유 회사로는 처음으로 미국 PMO인증을 따내 유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미국의 모든식품·의약품은 식품의약국(FDA)의 사전 심사를 받지만 유독 우유만은 FDA의 상급기관인 보건후생성에서 직접 관장한다.


현재 아시아권에서 PMO 인증을 보유한 우유 회사는 남양유업이 유일하다.


박건호 남양유업 대표는 "우유 품질 향상을 위해 지난 7년간 2천억원 이상을 투자했다"며 "PMO인증은 그 같은 노력의 결실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남양유업이 미국 PMO 인증도전에 나선 것은 지난 98년. 그러나 기존 설비로는 인증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천안 신공장 건립과 함께 기존 설비를 대대적으로 교체했다. 공장 건설비만 1천억원이 넘는 천안 신공장은 일본 최대 우유 회사인 메이지 유업의 모리야 공장을 능가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화 공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공장은 철저한 위생 관리를 위해 공장진입시 에어샤워와 함께 위생복ㆍ마스크 등을 알코올로 소독하지 않으면 출입구가 열리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남양유업이 PMO 인증을 받기 위해 제출한 자료는 1백50종, 3천페이지에 달한다. 여기에는 4백개 목장소 6만마리의 질병 감염 여부를 측정한 검사 기록까지 포함돼 있다.


심지어는 소가 먹는 물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수준이 되는지 수질 상태까지 테스트받았다.


인증 과정 중 가장 애를 먹은 것은 살균 온도계 교체, 미군 심사관이 일반적인 국제규격인 5단위의 살균 온도계를 20배나 엄격한 0.25단위로 교체할 것을 요구한 것.


관련 직원들이 백방으로 뛰어 수소문 끝에 온도계 3백개를 구하고 이를 모두 바꿔 다는 데 일주일 밤을 꼬박 새웠다고 한다.


박 대표는 "PMO 인증 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품질에 대한 직원들의 의식이 1백80도 전환됐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은 PMO 인증으로 주한 미군은 물론 전세계 미군과 관련 기관에 납품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됐다.


미군의 요청에 따라 조만간 일본 오키나와 주둔 미군에도 우유를 납품할 예정이다.


"국내 소비자에게 최고 품질의우유를 제공한다는 의미와 함께 해외 시장을 뚫을 수 있는 기술력을 평가받았다는 것이 중요하지요. 이를 통해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어 간다는게 저희들의 당면 과제입니다"


국민대 경제과 출신은 박건호 대표는 지난 78년 남양유업에 입사해 기획실에서 부장 이사 상무를 거쳐 지난 2003년 11월 대표이사 부사장에 올랐다. 남양유업은 평북 영변이 고향인 홍두영 창업주가 1964년 설립한 유가공업계 1위 회사이다.


홍 창업주는 홍원식 회장(55)등 3남을 두고 있으나 박 대표가 전문경영인으로서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