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의 추락에서 배운다] 최대위기..시너지 없는 M&A 부실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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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자동차업체인 제너럴 모터스(GM)가 흔들리고 있다.
GM은 무디스등 3대 신용평가회사들로부터 잇따라 회사채 신용등급이 강등돼 '정크본드(투기등급채권)'로 떨어질 지 모를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 회사 1백1년 역사상 최대의 경영위기다.
'미국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GM의 추락에 대해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연료가 바닥난 GM'이라며 경고하고 나섰다.
계속되는 판매부진으로 수익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침체의 늪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진단이다.
◆브랜드 차별화없는 덩치키우기
GM의 몰락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지만,'시너지 없는 덩치키우기'가 화근이라는 점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견해를 같이한다.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만 늘렸을 뿐 캐딜락 뷰익 올즈모빌 시보레 폰티악 GMC 새턴 허머 등 8개 사업부문(디비전) 브랜드 차별화에 실패,경쟁력을 잃게 됐다는 지적이다.
사실 GM의 성장사는 M&A를 통한 대형화의 역사였다.
GM은 캐딜락 등 8개 디비전 외에 호주 홀덴,독일 오펠,영국 복스홀,스웨덴 사브,한국 대우차 등도 사들여 다양한 브랜드의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시너지효과는 미미하다.
브랜드의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아 시장에서 자체 계열사 모델끼리 경쟁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8개 디비전 가운데 뷰익,시보레,폰티악은 중형 전륜(前輪)구동 세단을 모두 5종류나 같이 생산하고 있다.
또 4개 디비전에서는 유사한 미니밴을 팔고 있다.
소비자가 헷갈릴 정도로 비슷한 차종이 너무 많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비용절감이나 경쟁력 있는 차종을 개발하겠다는 뚜렷한 경영목표 없이 세계 1위를 고수하겠다는 야심만으로 무리하게 확장에 나선 결과라고 분석한다.
◆제품 리더십 상실
투자가 분산된 탓에 신제품 출시도 경쟁사보다 늦다.
혼다의 시빅 모델이 5년마다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되는 데 반해 경쟁 차종인 GM 시보레는 새 디자인이 나오기까지 무려 9년이 걸렸다.
메릴린치에 따르면 GM의 모델별 평균 판매 기간은 3.7년으로 일본업체(평균 3년)보다 길다.
또 1999년부터 2004년까지 GM 신모델은 구모델 매출의 76%를 올린 데 반해 일본 회사는 구모델 매출의 1백13%에 달한다.
GM이 신차를 통해 시장을 주도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품질도 문제다.
GM은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연간 생산대수보다 더 많은 1천1백만대의 제품을 리콜했다.
이에따라 수리비와 리콜 비용이 1년 전보다 3억달러나 늘었다.
◆출혈 경쟁
GM의 출혈경쟁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실시한 파격적인 무이자 할부판매 정책이 대표적이다.
자동차시장 조사기관인 오토데이터에 따르면 GM 고객들은 자동차 한 대를 구입할 때 평균 3천8백30달러의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정책은 경쟁업체를 자극해 출혈경쟁을 촉발했다.
실제 포드는 이틀 만에,크라이슬러는 일주일 만에 무이자 할부판매를 실시했다.
◆경직된 조직 문화
경직된 조직문화도 GM 추락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50개국 36만명의 '대군'을 운영하다보니 현장 상황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
시마론 같은 소형 캐딜락은 시보레와 시장이 겹쳐 판매부진이 이어졌지만,일선현장의 상황은 최고경영진에게 잘 보고되지 않았고 결국 소형 캐딜락 사업의 완패로 귀결됐다.
강성 노조와 관련한 과도한 복지비 지출,특히 과다한 의료보험료 지원과 연금혜택도 부담이다.
지난해 북미지역에서 생산된 GM의 자동차 한 대 원가 중 회사측이 부담한 의료보험료 보조금과 연금비용은 2천2백달러에 달했다.
도요타 등은 이 같은 비용부담이 없다.
아무리 품질이 좋더라도 이러한 '고비용 저효율(생산성)'로는 경쟁업체를 앞설 수 없다.
"GM의 몰락은 예견됐던 일"이라는 미국 월가의 평가는 여기서 나온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