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중기 체험단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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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저녁 과천 정부청사 인근 호프집에서는 이색적인 모임이 열렸다.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중소기업 현장체험단 활동에 참가한 공무원들과 중소기업 사장들을 한자리에 초청해 격려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
맥주잔을 앞에 놓고 이 장관과 참석자들 사이에 허심탄회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한 중소기업 사장이 "현장체험단이 우리 회사를 찾아와 동고동락하는 걸 보면서 그동안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렸다"고 말하자 이 장관은 "중소기업 정책을 소홀히 하는 부처는 내가 직접 대통령에게 보고하겠다"고 화답했다.
17개 정부부처 공무원들이 함께 2박3일간 중소기업 현장에서 일하며 애로사항을 즉석에서 해결해주는 중소기업 현장체험단이 올들어 두차례 활동을 통해 81개 중소기업에서 발굴한 애로사항은 총 2백39건.애로사항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공장 앞 불법 입간판 철거,고속도로 진입로 안내표지판 설치,공단 내 대중교통망 확대 등 일반인들 눈에는 그저 사소해 보이는 문제들이 대부분이었다.
의외라는 표정을 짓는 기자에게 앞에 앉아 있던 중소기업 사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입간판 철거요? 그거 너무나 간단한 거죠.그런데 담당 시청 공무원들이 우리를 만나주기나 해야 철거 요청이든 뭐든 할 거 아닙니까?"
그는 이어 "정부가 정책자금 1조원을 푼다고 해봤자 담보가 부족한 중소기업에는 그림의 떡"이라며 "오히려 입간판 철거 같은 사소한 일들이 기업들에 훨씬 더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국내에는 총 4백30건의 중소기업 관련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숫자는 물론 내용 면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중소기업들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정부 정책들이 '현실 외면형'이기 때문은 아닐까.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소기업 현장체험단 활동이 정부 정책과 중소기업 현실간에 벌어진 큰 괴리를 좁혀주는 연결고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정호 경제부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