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이 미국 증시 상장을 기피하고 있다. 상장 유지비용이 많이 드는데 비해 효과가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국 증시 상장을 준비해온 후지사진필름 오므론 등은 최근 상장 계획을 잇따라 취소했다. 이에 따라 2002년 9월 코나미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끝으로 일본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은 명맥이 끊길 전망이다. 오므론은 이미 4년 전부터 미 증시 상장을 목표로 내걸었으나 최근 발표한 2007 회계연도(2008년 3월 말)까지의 '신 중기발전계획'에서 상장 계획을 뺐다. 회사 관계자는 "감사 제도 등을 충실히 하면 투명한 지배 구조가 가능해 굳이 미 증시에 상장하지 않아도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후지사진필름도 코스트에 비해 효과가 적을 것이란 판단에 따라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미국 수준의 재무정보 공개를 목표로 해온 야마하발동기도 최근 상장 준비 작업을 중단했다. 미국증시에 상장할 경우 감사 비용이 연간 수억엔 이상 들어가는 데다 상장 유지를 위한 각종 사무 부담도 많다는 게 상장 포기의 이유다. 또 미 증시에 상장을 해도 예전 만큼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본 유치나 기업의 대외 신뢰도 제고에 효과가 적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엔론 사건을 계기로 지난 2002년 7월 '기업 개혁법'을 도입,외국 기업에 대해서도 외부 감사를 의무화하는 등 상장 규정을 엄격하게 시행하고 있다. 일본 기업의 미 증시 상장은 1970년 소니를 시작으로 증가세를 보여왔다. 2001년 4개 회사가 뉴욕증시에 상장하는 등 97년부터 6년 연속 상장이 이어져왔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