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사업포기로 상품개발 관련 기술자료가 필요없게 된 상황이라도 회사 동의없이 가지고 나오면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특히 기술 대부분이 표준화돼 이미 많은 업체들이 쓰고 있다 하더라도 그 기술이 공개자료임을 입증하지 못하면 영업비밀로 간주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내려진 것이다. 이번 판결은 기술유출 관련 사범에 대한 처벌 범위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3부(주심 박재윤 대법관)는 7일 회사 기밀을 빼내 이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S사 전 직원 이모,유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이들의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S사에서 광통신부품 연구개발 업무에 종사하던 이씨 등은 2000년 11월 퇴사하면서 관련 기술을 디스켓에 복사해 가지고 나와 자신들이 설립한 회사에서 이용한 혐의로 기소됐으며,1심과 2심은 이들의 절도 혐의만 인정해 각각 벌금 4백만원을 선고했다. 피고인들은 그동안 재판에서 유출자료에 대해 △제품 규격이 표준화돼 30여개 업체가 생산하고 있고 △공정이나 제품 관련 기술이 인터넷에 공개돼 있으며 △회사가 이미 연구를 중단한 점 등을 들어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대법원은 그러나 "피고인들이 반출한 자료는 △실제 실험을 해 얻은 결과치가 포함돼 있고 △생산공정에 따라 투입재료,장비,담당자,중점관리사항 등이 표시돼 있으며 △특정 공정에 관해 회사가 채택한 표준 또는 개선방향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한번도 공개한 적이 없어 영업비밀로 보는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배임죄 성립 여부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회사가 연구를 중단했다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연구를 재개할 수 있고,연구중단 1년 이후에야 상품판매가 중단됐다는 점에서 당시 시점에서 볼때 손해발생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며 "배임죄 성립에 문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