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화백의 미망인인 야마모토 마사코(한국명 이남덕.84)여사와 차남 태성씨(야마모토 야스나리.56)는 7일 도쿄에서 한국경제신문 특파원과 인터뷰를 갖고 이 화백의 작품에 대한 위작시비와 관련,"지난달 한국에서 공개된 작품들은 지난 50여년간 우리가 보관해온 진품이 틀림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유족측 대표인 태성씨는 "한국미술품감정협회가 위작 판정을 내린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 "선친은 같은 내용의 그림을 유화 수채화 데생 등 여러 형태로 그려 비슷한 그림이 여러 종류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위작시비가 일어난 '물고기와 아이'는 1953년 가족을 만나러 왔을 때 가져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성씨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도 당시 여건이나 컨디션에 따라 수준 차가 많이 난다"면서 "현재 남아있는 선친의 작품이 모두 최종 완성품이 아니라 연습용이나 시작품도 많기 때문에 수준차가 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작품의 완성도만 가지고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태성씨는 50여년 만에 선친의 작품을 경매에 내놓은 이유에 대해 "지난해 한국을 첫 방문해 묘소를 둘러본 결과 너무 낡아 이장이 불가피하다고 판단,이장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본으로의 이장도 검토했지만 국민화가로 한국인의 사랑을 받은 선친을 기린다는 차원에서 사람들이 찾기 쉬운 곳에 새 무덤을 만들 예정"이라며 "내년 중 이장지 등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유족측은 소장 중이던 이 화백의 작품 일부를 추가 공개했으며,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생전의 일화도 소개했다. 이날 공개한 작품들은 위작시비에 휘말린 '물고기와 아이'와 비슷한 2점의 그림과 1954년 태성씨가 받은 편지 그림 '길 떠나는 아이' 등 10여점이다. 특히 과거 국내에 공개됐던 '길 떠나는 아이'의 편지글 첫머리에는 태성씨 형인 '야스카타군에게'로 적혀있지만,이날 추가로 공개한 같은 제목의 그림 편지글 첫머리에는 '야스나리군에게'로 돼 있었다. 태성씨는 현재 소장 중인 이 화백 작품이 몇점이냐는 질문에 대해 "사적인 문제라 밝히기 곤란하다"면서 "선친이 그림을 가장 많이 그렸던 타계 전 5,6년 동안에는 하루에 몇점찍 그린 적도 있다"고만 했다. 그는 대형 유화 작품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국에서 우편으로 부쳐온 그림이 대부분인 만큼 대형 유화 그림은 없다"고 말했다. 미망인 야마모토씨는 "고은씨가 쓴 '이중섭 평전'을 보면 맏아들이 죽은 뒤 위로하러 온 친구 구상씨와 이중섭 화백,그리고 내가 한방에서 벌거벗고 잤다는 내용이 있는데,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마사코 여사는 남편에 대한 추억을 말해 달라고 하자 "한국전쟁 기간중 제주도에서 함께 피난했던 10개월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