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정치.외교.경제.사회 등 제반분야에 걸쳐 현실비판과 대안제시에주력하면서, 특히 한미동맹과 안보문제에 방점을 찍은게 특징이다. 박 대표는 전체적으로 전통적인 한미 우방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동북아균형자론'을 견제하는데 상당한 공을 들여 보수 제1야당의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다만 박 대표는 일본의 독도 망언 및 교과서 역사왜곡 등 대일 외교노선에서는 사실상 조건없는 초당적 협력을 약속, 집권여당과 정부에 대한 `견제와 균형'의 조화를 이루려고 나름대로 애쓴 흔적도 엿보였다. `동북아균형자론'과 관련, 박 대표는 이같은 구상이 자칫 외교적 고립을 자초할수 있다면서 4강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보다는 전통적 우방인 미국과의 공조가 절대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동북아 균형자론'을 1904년 러.일전쟁 직전의 대한제국의 중립선언과 비교하면서 "중립을 선언하면 러일전쟁이 일어나도 조선 땅은 무사할 것이라는순진한 기대는 산산이 무너지고 말았다"고 상기시켰다. 그는 "세계최강이라는 미국조차도 혼자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는 것이오늘의 국제사회의 현실"이라면서 "한미동맹은 우리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유지,발전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상만 내세울 게 아니라 현실을 봐야 한다는 것. 박 대표는 "동맹이란 언제 헤어질 지 모르는 연인과 같은 관계라서 서로 조심하고 배려해야 한다"면서 "지금 한미간에는 신뢰의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 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나아가 박 대표는 국내 일각의 반미감정이 있기는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나서한미관계 복원을 위해 국민을 설득하는 용기있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박 대표의 이같은 입장은 최근들어 나타나고 있는 보수세력의 전반적인 수세적입장 등을 감안, 안보문제에 관한 한 보수색채를 분명히 함으로써 보수세력의 구심점으로 한나라당을 자리매김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이어 한일간 최대현안인 일본의 독도망언 및 교과서 역사왜곡에 대해선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이름을 직접 거론해 `충고'하고 진심어린 반성과 사과를 요구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박 대표는 일본의 독도 망언과 교과서 역사 왜곡을 "우리의 영토와 주권에 대한의도적인 도발행위"라고 규정한 뒤 그 정점엔 고이즈미 총리가 있음을 지적했다. 야당 대표라고 하더라도 상대국 국정최고책임자를 직접 거론하며 비판한 것은이례적이다. 박 대표는 "총리가 일본의 국내정치를 의식해 지금처럼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를악화시키는 일을 계속한다면, 일본이라는 나라는 작은 이익에 매달려 큰 것을 놓치고 말 것"이라고 충고하며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반대입장을 밝혔다. 박 대표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대일문제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언급한데 대해 "대통령의 이 다짐을 적극 지지하고 초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북핵문제에 대해선 지난 달 미국을 방문했을 때 밝혔던 `대담하고도 포괄적인제안' 입장을 반복하며 한나라당의 대북정책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 대표는 "당장 시급한 일은 북한의 오판을 막는 일"이라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안전보장, 경제지원, 북미수교 등 어떤 선물을 줄 수 있는 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제안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북핵문제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 양국이 북한 핵문제의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긴밀하게 공조하고 공동의 전략을 취하는 것"이라고 한미공조를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민생.경제부분을 제일 앞으로 내세우고 연설내용의 절반 가까이를 할애하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 민생.경제문제와 관련, 박 대표는 "국민을 더 잘 살게, 더 편안하게, 더 안전하게 해 주는 게 개혁"이라면서 `그늘없는 공동체 구현'을 역설했다. 또 박 대표는 서민 등 소외계층 생활안정을 위해 적극 나설 것임을 밝히며 ▲국민건강기금 신설 및 저소득층 건강보험료 인하 ▲버스.지하철.전기.통신.수도 등공공요금 인상 최대한 억제 ▲소득세, 법인세 인하 등 각종 감세정책 추진 ▲부동자금 400조원의 투자 유도를 위한 각종 규제 혁파 등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박 대표는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게 진정한 개혁"이라면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청소년 전담경찰 대폭 확대, 전자칩이나 전자팔찌 등을 통한 성폭력 범죄자 감시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