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부총리-박승 한은총재 "우리는 명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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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금리 환율 등 거시정책 부문에서 호흡을 척척 맞추는 모습을 보여 거시정책의 양대 수장간 '밀월시대'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은 30여년 전 당시 한은 차장(박승)과 경제기획원 사무관(한덕수)시절부터 개인적 인연이 있는 데다 서로 신뢰하는 관계여서 그동안 수시로 삐걱대던 재경부와 한은이 어느 때보다 원만한 정책공조를 이룰 것이란 예상이다.
게다가 '모피아'(옛 재무부의 별칭) 출신인 전임 김진표·이헌재 부총리와 달리 한 부총리는 한은과 '코드'가 잘 맞았던 경제기획원 출신이란 점도 이같은 예상을 뒷받침한다.
실제 지난 7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달 콜금리 목표치를 종전 수준(연 3.25%)에서 동결하자 재경부에선 즉각 "환영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재경부 관계자는 "박 총재가 '경기회복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다'며 콜금리를 동결한 건 잘한 일"이라며 "정부 인식도 한은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한 부총리가 지난 1일 "본격적인 경기회복 여부는 3월 경기실적이 나오는 4월 말에나 판단할 수 있다"며 "당분간 저금리 기조가 긴요하다"고 언급한 걸 가리키는 얘기다.
올 초까지도 금통위 회의 직전에 보도된 재경부 관계자들의 '금리 훈수'에 한은이 발끈하거나,금통위의 콜금리 결정에 재경부가 "아쉽다"며 엇박자를 냈던 모습과는 1백80도 바뀐 분위기다.
또 작년 외환시장 개입이나 한국투자공사(KIC) 설립과 관련,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웠던 양측이 요즘 들어 "지나친 원화절상은 방치하지 않겠다"(박 총재)거나 "환율은 외환수급에 맡기되 환투기는 근절하겠다"(한 부총리)며 입을 맞추고 있는 것도 그렇다.
외국자본의 역차별 주장에 대해선 박 총재가 "오히려 국내 자본이 외국 자본에 역차별받고 있다"고 말했고,한 부총리는 "그런 측면이 있다"고 맞장구치기도 했다.
이같은 찰떡 호흡은 두 사람간 인간적 신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박 총재는 지난 7일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 부총리가 합리와 설득으로 경제관료들을 리드하며 정책을 펴고 있다.
이치에 맞게 설득하는 스타일 때문에 한은도 일하기가 편하다"며 이례적으로 경제부총리를 칭찬했다.
한 부총리도 박 총재에 대해 "훌륭한 분이다"고 표현할 정도로 존경의 뜻을 갖고 있다.
그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경제기획원 사무관 시절 미국에서 박사를 따고 막 돌아온 당시 박승 한은 차장으로부터 '경제계획과 국민총생산(GNP)'에 관한 강의를 들었다"며 "그때 자극받아 나도 미국 유학(하버드대학원)을 결심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