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숨죽인 교황 장례식] "천사가 그대를 천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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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바티칸에서 열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식에는 4명의 왕과 5명의 여왕,70여명의 대통령과 총리,14명의 다른 종교 지도자 및 4백만명에 달하는 신도와 추모객이 애도와 존경을 표하는 가운데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수십억명의 지구촌 사람들도 종교의 벽을 뛰어넘는 인류애를 실천했던 고인을 기리며 TV로 중계된 장례식에 시선을 모았다.
○…추기경단 의장인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이 집전한 이날 장례미사는 지난 2000년 출판된 바티칸의 예배의식 전범에 따라 "주여,영원한 안식을 내리소서"라는 입당송(入堂頌)으로 시작됐다.
이어 시편 65장 "하나님,시온에서 찬미받으심이 마땅하오니"가 이어졌고 교황을 위한 기도,성경 강독,복음송,강론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영결사와 고별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추기경들은 "사랑하는 형제 자매들이여,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영혼을 가장 온화한 하나님의 자비에 맡깁시다"라고 기도했다.
이어 합창단이 '모든 성인의 호칭 기도'를 낭송했고 동방 정교회의 총주교와 대주교,부주교,추기경들이 교황의 관에 다가와 기도했다.
장례 미사는 참석자들이 일어나 "천사가 그대를 천국으로 인도할지니…"란 노래로 끝났다.
○…장례미사 후 고위 성직자들은 관을 메고 성 베드로 대성당 계단을 내려와 바티칸의 지하 석굴로 향했다.
관은 교황과 교황청의 봉인이 찍힌 붉은 띠로 둘러 닫혀진 뒤 아연으로 만들어진 두번째 관과 호두나무로 만들어진 세번째 관에 차례로 넣어졌다.
이어 바티칸 재정관인 에두아르도 마르티네즈 소말로 추기경이 "주여,그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그에게 영원한 빛을 비추소서"라고 마지막 기도를 올렸다.
관이 묘지에 내려지는 동안 참석자들은 성모 마리아에게 바치는 "살베 레지나"(여왕이시며)를 찬송했다.
'땅 속에 묻히고 싶다'는 고인의 뜻에 따라 관은 지하에 묻혔으며 고국 폴란드에서 가져온 흙이 덮여졌다.
○…장례식에 앞서 성베드로 대성당에서는 고위 성직자들만 참석하는 비공개 의식이 열렸다.
사제들은 교황의 관 속에 은과 동메달이 담긴 주머니와 그의 생애 업적을 적은 두루마리 기록을 넣으며 관 뚜껑이 닫히기 전에 교황의 오랜 개인 비서를 지낸 스타니슬라프 지비슈 대주교와 전례(典禮) 담당 피에로 마리니 대주교가 교황의 얼굴에 흰 비단 베일을 덮었다.
○…교황의 시신이 담긴 목관은 광장에 발 디딜 틈 없이 운집한 수백만명의 조문객들 사이를 지나 경건한 박수 속에 운구됐다.
때맞춰 바람이 심하게 불었고 교황의 고향인 폴란드의 국기 수백개가 흩날렸다.
1백60명의 추기경이 선명한 붉은색 가운을 걸치고 목관을 따랐다.
추모객들은 성가를 따라 부르며 박수로 교황을 전송했다.
그러나 장례식이 시작되자 바람도 조의를 표하는 듯 잦아들었다.
로마 시내에는 대형 스크린 여러 개가 설치돼 생방송으로 장례식을 보여줬다.
이탈리아 추기경인 토마스 리스는 "이렇게 대단한 장례식은 내 생애에 처음 본다"고 말했다.
그는 "요한 바오로 2세는 세계 각국 여행을 가장 많이 한 교황이었다"며 "지금은 각국 신자 수백만명이 그를 보러 이곳에 모였다"고 말했다.
이날 미사는 죽음이 아닌 부활을 주제로 성대하게 치러졌으며,슬픔이 아닌 희망으로 가득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