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종혁 <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외협력실 이사 > 지난해 발생한 남아시아 '쓰나미’의 진앙지에서 60km 떨어진 인도네시아의 시메울루에섬에서는 7만5천명에 달하는 주민 중 사망자가 7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밝혀져 최근 화제가 됐다.이 섬마을에 인명피해가 작았던 것은 1백년 가까이 전해 내려오는 '세몽(쓰나미의 현지어)' 이야기를 사람들이 잊지 않은 덕분이었다고 한다. 1907년 이곳에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바닷물이 빠져나갔다가 다시 산더미 같은 파도가 덮쳐 수 천명이 숨졌다는 얘기를 노인들이 틈날 때마다 자손들에게 들려주었다고 한다.우리가 왜 역사를 배우고 노인들의 가르침에 귀기울여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하겠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사회를 둘러보면 노인들의 이야기에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또한 노인들의 삶의 질에는 지나칠 정도로 무관심한 것이 현실이다.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문제 중 심각한 것이 바로 '세대간의 갈등’이다.우리는 급격한 정보화의 물살을 타고 있다.애초 '정보화’된 경험이 없는 노인들은 정보화사회로의 재편과정에서 완벽하게 소외됐으며,이는 세대간의 갈등을 넘어서 '세대간의 단절’을 초래하고 있다. '세몽’의 교훈에서 알 수 있듯이 '노인정보화’는 노인들이 평생 동안 축적해 온 소중한 경험과 연륜을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선순환의 물꼬를 트는 작업인 것이다. 노인들의 경험과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삶의 지혜는 기술의 눈부신 발전이나 축적된 자본을 통해서도 얻을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다른 해안의 주민들은 첫 지진의 진동으로 땅이 흔들리다 멈춘 뒤 바닷물이 빠져나가자 최악의 순간이 지나갔다고 생각하고 드러난 갯바닥에서 물고기 등을 줍다가 큰 피해를 당했지만,시메울루에섬 주민들은 '세몽’ 이야기를 떠올리며 바닷물이 빠져나갔을 때“세몽! 세몽!”을 외치며 사력을 다해 '고지’를 향해 달렸다고 한다. 노인들의 경험에서 비롯된 삶의 지혜가 바로 섬 전체가 한 쪽으로 1.2m가량 들려 올라가는 아수라 속에서도 대부분의 주민이 무사할 수 있었던 이유다. 개인이건 사회건 세월 속에서 크고 작은 세몽들을 겪게 마련이다. 언제 닥칠 지 모르는 세몽의 피해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사회의 노인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