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산업사회에서 우리의 지식은 날카롭고 예리한 분석력에 의존해 왔다.


물질이나 현상을 쪼개고 쪼개어 그 가장 속 깊은 곳에서 원형질을 찾아내고 이를 통해 문제의 해답을 구해왔다.


그 결과로 얻어진 산업기술의 발달과 성과는 오늘의 인류사회 발전에 큰 밑거름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그것은 분석력에 기초한 우리 지식의 한계이기도 하다.


하나하나 단위의 분석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너무나도 많이 산재해 있다.


'Next Trend'(조지 오초아·멜린다 코리 지음,안진환 옮김,한국경제신문)는 이렇게 불확실하고 막연하게 보이는 미래의 모습을 명료하게 가름하여 보여준다.


1백가지로 압축된 트렌드에는 가족과 라이프스타일을 비롯 비즈니스 과학 소비 인구 예술 오락 정치 종교 건강 등의 미래 트렌드가 들어 있다.


'줄어드는 중산층' '고령화 쇼크' '다중채널 소비자'처럼 이미 우리가 한 걸음 들어서 있는 변화의 물결도 있으며 '제2의 우주시대' '금성판매와 화성판매' '종교 쇼핑몰'처럼 다소 멀게 느껴지는 미래의 모습도 있다.


반면에 '팍스차이나를 꿈꾸는 중국' '미니 핵무기의 위협'등의 트렌드는 바로 우리가 당사자인 문제이기도 하다.


'여피족에서 더피족으로'의 변화 트렌드를 보면서는 일말의 위협감마저 느끼게 된다.


1980년대의 여피족이 도시에 사는 젊은 전문직 종사자였다면 더피족은 도시에 사는 우울한 전문직 종사자(depressed urban professionals)를 말한다.


교육수준은 높지만 불행을 느끼는 사람들로 이미 많은 수의 전문직 종사자들이 실직상태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 그 징조이다.


예전의 과학소설들이 미래의 인류를 매우 고독한 모습으로 그리곤 했지만 '폭증하는 커뮤니티' 트렌드를 보면 어느 정도 안도감이 든다.


현실은 물론 사이버 공간에서조차 사람들은 크고 작은 방법으로 서로의 연결고리를 창조하고 복구·강화시킴으로써 사회적 연결성을 구축해 간다는 사실이다.


이 책을 읽는 데는 몇 번의 숨고르기가 필요하다.


하나하나의 트렌드가 큰 파도처럼 밀려와 숨을 조일 때는 잠시 책을 놓고 생각의 빈 공간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 공간은 자신만의 상상력을 키울 공간이다.


트렌드를 알면 미래는 결코 불확실하지도 두렵지도 않다.


분석력을 뛰어 넘어 새로운 지식 지평인 통찰력에서 변혁의 시대를 헤쳐 나갈 힘의 원천을 만나 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어부는 작은 파도를 보는 것이 아니라 큰 파도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한다.


전체를 보고 분석할 수 있는 통찰력.


변화의 시기에 필요한 새로운 지식의 능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주변 정세가 어지럽고 경제여건이 원활하지 못한 이 때 'Next Trend'는 우리 사회 의사결정자들이 채워야 할 통찰력을 키워주는 좋은 지침서가 되리라고 본다.


3백68쪽,1만3천원.


이연택 한양대 교수·한국이미지정책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