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오거스타였다. 이른바 '아멘코너'의 마지막 관문인 13번홀(파5·5백10야드)은 마스터스 첫날부터 세계 톱랭커들을 농락했다. 이 대회에서 세차례나 '그린 재킷'을 걸친 타이거 우즈(30·미국)는 8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파72·길이 7천2백90야드)에서 폭우와 천둥번개로 5시간 가량 대회가 지연된 가운데 10번홀에서 출발했다. 아멘코너 첫홀인 11번홀에서 보기를 한 우즈는 13번홀에서 가볍게 투온에 성공했다. 깃대가 앞에 꽂혀있어 약 10m의 내리막 이글 퍼트를 해야 할 상황. 이날 내린 폭우로 그린이 느려졌다고 생각했을까. 우즈가 첫번째 퍼트한 볼은 우측으로 내리막경사를 타고 가더니 갑자기 가속도가 붙으며 홀을 지나친 뒤 그린앞 개울에 빠져버렸다. 소위 아마추어골퍼들 사이에 우스개 소리로 하는 '퍼터 OB'가 난 셈이다. 그 자체도 보기드문 장면이었지만,워터해저드 처리규정에 따라 1벌타후 원위치(처음 퍼트한 장소)에서 볼을 드롭하고 다음 샷을 한 것도 쉽게 볼 수 없는 것이었다. 우즈는 이전보다 더 우측을 보고 5번째 퍼트를 한 뒤 결국 2퍼트로 홀아웃,보기를 기록했다. 파5홀에서 투온이 보기로 변하는 어처구니없는 순간이었다. 어니 엘스(36·남아공)도 이 홀에서 '2온'을 했으나 3퍼트로 파에 그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폴 케이시(28·영국)는 이 홀에서 무려 10타만에 빠져나온 뒤 그린의 빠르기가 믿기지 않는 듯 "(폭우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엄청난 속도"라며 탄식했다. 우즈는 13번홀 여파 이후 잇단 불운에 발목이 잡혔다. 14번홀(파4·4백40야드)에서는 규칙해석 논란마저 일으켰다. 우즈가 두번째 퍼트로 홀아웃할 때 퍼트선을 걸터탔다는 항의가 들어온 것. 오거스타내셔널GC측은 방송테이프를 분석한 결과 우즈의 행동이 벌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골프규칙 16조1항e에는 '플레이어는 그린에서 퍼트선이나 볼 후방의 그 연장선을 걸터타거나 밟고 볼을 쳐서는 안된다'고 돼있다. 이를 위반하면 2벌타가 따른다. 그의 불운은 1번홀(파4·4백35야드)에서 다시 이어졌다. 70야드를 남기고 친 웨지샷이 깃대에 정통으로 맞은 뒤 그린앞 벙커에 빠지면서 보기를 했다.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후 10시45분 속개된 1라운드 잔여홀 경기 결과 우즈는 17번째홀까지 2오버파를 쳐 공동 34위권에 머물고 있다. '집게 퍼팅그립'으로 유명한 크리스 디마로크(37·미국)가 버디6,보기1개로 5언더파 67타를 쳐 1타차 단독선두를 달리고 있다. 비제이 싱(42·피지)은 14번홀까지 마친 현재 4언더파로 공동 2위이고 필 미켈슨(35·미국)은 14번홀까지 2언더파로 공동 5위를 기록 중이다. 엘스는 16번째홀까지 4오버파로 공동 53위에 그쳤다. /오거스타(미 조지아주)=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