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엔 극락이 있고 지상엔 항저우가 있다'


중국 7대 고도중 하나이자 저장성의 성도인 항저우는 사시사철 강물이 은빛 띠를 이루며 흐르고 산은 신비롭고 호수는 푸르고 아름다워 예부터 지상낙원으로 불렸다.


일찌기 북송시대 제일의 시인으로 이름을 날렸던 소동파는 "물빛 반짝이는 청명한 날도 좋고 비오는 날의 안개낀 산빛도 좋은 천하명승"이라고 칭송했고 13세기 이곳을 방문했던 마르코폴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극찬했다.



항저우 시가지 서쪽에 펼쳐진 서호는 동서로 3.3km,남북으로 2.8km,둘레가 무려 15km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천연호수로 그 자태가 아름다운 여인에 비유되곤 하는 중국 제일의 명승지로 꼽힌다.


사계절의 경치가 다르고 밤과 낮,맑은 날과 흐린 날,안개 낀 날과 눈 오는 날의 풍치가 제 각각 달라 서호는 역대 문호들이 대작을 토해내는 무대가 됐다.


중국 국가급 풍경명승구인 서호 주변에는 서호 10경을 비롯해 잘 보존된 1백여곳의 명승고적이 흩어져 있고 영은사와 비래봉석굴 악왕묘 육화탑 등이 수려한 자연풍치와 어울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특히 석양산이라 불리는 뇌봉 정상에 세워진 8각5층탑은 호수가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다.


서호 주변에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의 문화와 전통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볼거리들로 가득 하다.


5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중국 비단의 역사를 집대성한 실크박물관과 호경여당중약박물관,남송관요박물관을 비롯해 서호에 떠 있는 고산중산공원 안에 위치한 저장성박물관,청하방역사문화거리,매가오차문화촌 등이 서호를 중심으로 펼쳐져 있다.


항저우시는 또 시내에서 10여km 떨어진 송성 유적지에 대규모 관광단지를 조성하고 대형 공연 등을 펼치며 관광객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항저우는 다양한 먹거리와 특산품으로도 유명하다.


중국 10대 명차 가운데 첫 번째로 꼽히는 용정차는 채취법과 볶는 기술이 독특한 데다 색깔이 비취처럼 파랗고 향기가 짙으며 맛이 순수해 예부터 중국 황실에 바치는 조공물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끌었다.


시내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매호차향은 서호용정차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자연부락으로 찻잎을 따서 맨손으로 볶아 녹차를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 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아름다운 호수와 운하,드넓은 평야지대로 이루어진 이 지역은 예로부터 먹거리가 풍부해 사시사철 쌀밥에 생선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중국8대 요리중 하나로 꼽히는 항저우요리는 주로 담수어와 새우,양념에 절인 육류와 채소를 주재료로 쓰고 있다.


대표적인 전통요리는 소동파가 즐겨먹었다해서 이름붙여진 '동파육'.


비계가 적은 삼겹살을 모나게 토막낸 다음 설탕 간장 소주로 양념하고 잘게 썬 파를 한층 깐 돌솥에 넣고 밀봉해 쪄낸 돼지고기 요리로 술의 향기가 고기에 배어 여느 중국요리와는 달리 전혀 느끼하지않아 입맛을 끌어당긴다.


또 달고 신맛이 나는 소스를 사용해 빨간색깔의 꽃게 맛을 내는 '서호초어'요리와 민물새우에 용정찻물 넣어 파란색으로 장식한 '용정새우'와 '비둘기찜''볏짚오리' 등이 군침을 돌게 한다.


용정차와 함께 항저우실크는 이지역을 대표하는 특산품이다.


예부터 항저우일대는 '비단성'이라 불리며 세계적인 명성을 이어왔다.


매미날개보다 더 가볍고 얇은 비단 등 14종류의 최고급 실크제품을 구경할 수 있다.


항저우를 중심으로한 절강성은 또 예부터 우리나라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었던 지역이다.


송나라때 천대각국사가 항저우에서 공부한 뒤 귀국해 천태종을 창립했고 의통보운존자는 천태산국청사에 남아 중국 천태종 14대 조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항저우에는 이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고려사유적이 그대로 보존돼 있고 천불국 보타산에는 장보고 역사유적인 신라방이과 함께 장보고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항저우에서 호항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60여km를 달리면 임시정부 수반이었던 김구 선생이 일본관헌을 피해 은신했던 민가와 자싱 해염 남북호 별장이 몸을 숨기고 있다.


해염에서 10여km 떨어진 해녕 전단강에는 김구 선생이 드넓은 강을 바라보면서 구국의 일념을 다졌던 '김구관조처'가 역사유적으로 정비돼 있다.


자싱에서 북쪽으로 22km를 올라가면 명청시대 전통 저자거리가 그대로 보존된 가선 서당고진도 색다른 볼거리.


마치 우리나라의 민속촌을 연상케하지만 실제로 사람이 살고 있다.


수로를 따라 늘어선 고색창연한 3층 높이의 옛 가옥들사이로 작은 쪽배를 타고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중국풍의 아치교사이로 가마우지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어부들의 한가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선에서 다시 호항고속도로를 타고 60여km를 달리면 임시정부가 있던 상하이시에 다다른다.


동방명주가 있는 현대화된 시가지 외탄을 유람선으로 돌아보는것도 좋지만 항일역사의 숨결을 느껴보는것도 의미가 크다.


지금은 루쉰공원으로 바뀐 윤봉길의사 의거 현장인 옛 홍구공원안에 중국정부는 '매원'이라는 별도의 작은 공원을 만들어 윤 의사를 기리고 있고 상하이 임시정부청사도 주변을 말끔히 정비하고 한국관광객들을 맞고 있다.


항저우 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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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수첩 ]


중국 동남연해지역에 위치한 저장성은 '문화유적과 관광명승지가 많은 어미지향(魚味之鄕)','실크와 차의 고장'으로 불린다.


1천18만㎢의 면적에 4천3백만명이 살고 있는 이 곳은 중국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풍요로운 지역중 하나다.


아열대 계절풍 기후로 연평균 기온이 섭씨 16도 안팎이어서 여행하기에 안성마춤인 이곳은 거주민 대부분이 한족이며 회족 몽골졸 만족 위구르족 등 23개 소수민족이 어울려 살고 있다.


성도이자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인 항저우는 교육과 종교의 도시로 유명하다.


중국내 명문대학으로 꼽히는 절강대학과 중국미술학원 등을 포함 30여개의 대학이 있고 도교 불교 천주교 불교 이슬람교 등 다양한 종교활동이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내에서 치안이 가장 안전한 곳으로 꼽혀 외국인들이 안심하고 여행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시내에서 27km 떨어진 항저우 소산공항까지 인천공항과 부산공항에서 각각 2시간여 소요되며 아시아나항공이 월~토 주 6편을 운항하고 있다.


상하이 푸둥공항을 이용한 다음 항저우까지 버스로 3시간30분정도 걸리는 길을 이용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