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공선옥씨가 '유랑가족'(실천문학사)이라는 제목의 연작소설을 새로 냈다. 소설가 김성동씨가 "우리 문단에 아직도 밑바닥 중생들 삶에 애정을 보여주는 작가는 더러 있지만 공선옥만큼 그들 삶을 핍진하게 그려내는 작가도 없다"는 평에 잘 들어맞는 작품이다. 소설은 '겨울의 정취' '가리봉 연가' '그들의 웃음소리' '남쪽 바다,푸른 나라' '먼 바다' 등 모두 5편의 연작으로 구성됐다. 5편은 각각 독립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한 작품의 주인공이 다른 작품에서는 이웃 주민이나 친구 등 연관된 인물로 다시 등장하는 것이다. 작가는 힘 없고 가난하며 그래서 삶의 벼랑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려낸다. 병든 오빠를 고쳐주겠다는 거짓 약속만 믿고 한국 남자와 결혼한 고달픈 처지의 조선족 여인(가리봉 연가)이나 가난과 남편의 폭력을 견디지 못해 집을 나온 시골아낙(겨울의 정취),감옥을 제 집처럼 드나드는 남편을 두고 누구의 씨인지도 모를 아이를 낳은 여자(그들의 웃음소리) 등은 소설의 제목처럼 삶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떠도는 '유랑가족'의 전형이다. 작가는 이들 주인공이 세상에 치이고 유랑하는 동안 한 쪽 편에서 이들을 살리려는 사람들에게도 주목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연순의 아이를 버리지 못하고 거두는 인숙이나 혈혈단신 고아가 된 영주를 거두는 고모네 가족이 그들이다. 소설은 이를 통해 '사람은 어떤 존재인가' '사람과 사람의 관계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