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시조차 서비스되지 않은데 외국기업이 한국증시에 상장할 이유가 없지요. 외국 상장사가 현재처럼 '제로'인 한 한국의 증시는 아시아에서도 '마이너리그'를 벗어나기 힘들 겁니다." 페트리샤 티엔 액센츄어 아시아·태평양 글로벌 자본시장 담당 책임자(파트너)는 국내 증권시장의 현주소를 이렇게 꼬집었다. 그는 "아시아 경쟁국들과 비교해 한국에서는 상장 절차가 너무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면서 "액센츄어가 자체 조사한 결과 홍콩 증시에 상장할 때 들어가는 비용은 한국의 80%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티엔은 "싱가포르의 경우 상장 외국사가 전체에서 15%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동북아 금융허브를 지향하려면 증권시장의 인프라 개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외국사들이 상장 이후에 영어가 아닌 한글로만 공시를 해야 한다면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증권선물거래소는 액센츄어와 공동으로 기업공시를 영어로 번역,배포하는 서비스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티엔은 "국내 시장에 직접 상장하려는 외국사들이 많아지면 한국 증시가 거래(trading)지향적 문화에서 투자(investment) 지향적 문화로 바뀌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프라이빗 뱅킹(PB) 분야에서도 오랫동안 일해온 티엔은 "세계 PB시장은 'Real Time Enterprise'개념에서 고객에게 어떤 정보가 유용한지 선별해주는 'Right Time Enterprise'개념으로 변하고 있다"면서 "한국 PB 시장은 증권 은행 등 각각의 장점을 가진 금융기관의 결합이 이뤄진 후에야 제대로 된 모습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