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 연 4.2% vs 대출금리 연 3.82%.' 비록 제한적이긴 하지만 은행의 여·수신 금리가 역전되는 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은행의 특판 예금금리는 연 4.1∼4.3% 수준인 데 비해 일부 지역에서 아파트담보대출의 금리는 연 3.8%(입주자 집단대출,초기 6개월간)까지 내려간 것. 은행이 고객 확보를 위해 손해보는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 소비자들은 "설마 은행이 밑지는 장사를 하겠느냐"는 반응이지만 은행측은 "이미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한다. 금융계는 가격 파괴가 지금은 우량 고객 등 일부에 한정되고 있지만 향후 전방위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은행의 '가격 파괴' 시중은행의 1년 정기예금 기준 금리는 연 3.45∼3.6% 수준.하지만 요즘 이 금리를 받고 예금하는 고객은 드물다. 은행들이 각종 명목을 내걸어 최대 연 4.1∼4.3%까지 지급하는 특판예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수신금리 경쟁은 작년 11월 출범한 한국씨티은행이 연 4% 이상의 고금리를 제시하면서 촉발됐다. 고객 이탈을 우려한 국내 은행들이 맞대응에 나서면서 은행권 전반으로 번졌다. 금융 전문가들은 "현재 1년만기 은행채 발행금리가 연 3.7∼3.8%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연 4%대의 예금이자는 분명 과도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자금조달 비용면에서 예금금리는 은행채 발행금리에 비해 통상 0.3%포인트 정도 낮은 게 정상이다. 대출금리 파괴도 수신금리 못지 않다. 올해 초 연 5.3∼5.5%대(3개월 변동금리 기준)였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근 연 4%대 후반으로 떨어졌다. 초기 6개월간 할인금리는 연 4.45%까지 내려왔다. 특히 마케팅 비용 등이 상대적으로 덜 들어가는 집단대출은 연 3.82%까지 주저앉았다. 조달금리에 비하면 '출혈 덤핑'이다. 직장인·전문직을 대상으로 한 무보증 신용대출 금리도 연 6∼7%대에서 5%대 후반으로 떨어졌다. 소매금융뿐만 아니라 우량 중소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대출금리 할인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구본성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산업이 공급자시장에서 수요자시장으로 변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암묵적으로 형성됐던 가격담합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금리경쟁의 부작용은 없나 은행의 가격경쟁은 소비자들에게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과도한 금리경쟁은 은행산업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최근의 금리경쟁은 시장점유율 등 외형 유지와 단기 실적에 급급해하는 경영풍토와 무관치 않다"고 꼬집었다. 한정태 미래에셋증권 연구위원은 "은행이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질을 개선하고 고객의 니즈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는 등 비(非)가격분야의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이 품질경쟁은 등한시하고 가격경쟁에만 치우치게 되면 은행의 체력이 다시 나빠져 결국 국가 경제에 부담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