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 떨고 있니….' 증권가 최고의 엘리트로 꼽히는 애널리스트들이 영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이 급속도로 통합되고 우리 증시도 국제화되면서 해외 세일즈와 영어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단순히 기업분석만 잘해서는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온 것이다.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리서치센터장으로 임명된 박천웅 상무가 이번주 애널리스트들과 일대일로 간단한 영어면접을 실시할 예정이다. 박 상무는 애널리스트들에게 영어 프레젠테이션을 요구할 방침이다. 우리투자증권 박종수 사장은 "애널의 30% 정도는 영어에 능숙하고 40%는 개선이 가능하며,30%가량은 많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 같은 영어바람은 1년여 전부터 시작됐다. 당시 황영기 삼성증권 사장(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해외 세일즈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애널리스트들의 영어심사를 강화했다. 이후 굿모닝신한 현대증권 등이 뒤를 이었다. 현대증권 정태욱 리서치센터장은 회의를 영어로 진행하기도 했다. 동원금융도 애널리스트의 영어능력 향상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증권가의 내로라하는 애널리스트의 70% 이상이 영어에 능통하지 않다는 점.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시니어급 분석가 13∼14명 중 3명 정도만 유창한 영어가 가능한 상황이다. 이 같은 영어바람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은 "영업에 필수이긴 하지만 맹목적인 강조는 잘못"이라는 반응이다. 웬만큼 영어에 능통한 한 분석가는 "해외투자자들을 상대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영어보다는 자신이 맡은 산업에 대해 정통한 게 더 중요하다"며 "업무지식과 영어실력 간의 균형을 맞추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