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에는 지난 6백년간 명분론과 실용주의,개발우선주의와 환경론간의 갈등과 타협의 역사가 흐르고 있습니다." 서울시에서 '청계천 박사'로 통하는 조광권 서울시교통연수원장(58)이 조선초 한양정도 이래 청계천 개발과 이를 둘러싼 이해집단간의 갈등의 역사를 정리한 책을 펴냈다. 책 제목은 "청계천에서 역사와 정치를 본다". "청계천에 늘 물이 흐르도록 준천을 시작한 것은 태종 6년(1409년)으로, 정도전 등 현실주의 정치가들이 이를 주도했고, 세종은 청계천 지류를 정비했죠.그러나 청계천 준천 등 국책사업을 위해 백성을 대규모로 동원하는 것은 민생에 해를 입히는 것이라는 전통 유학자들의 논리에 밀리고 말았습니다" 조원장에 따르면 청계천은 이 때문에 3백년간이나 방치됐고, 영조 때에 와서야 청계천 정비가 이뤄졌다는 것. 영조는 공사에 앞서 8년동안 청계천 주변 백성의 생활을 고려하고 지역대표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치밀한 준비를 거쳐 20만명이 참여하는 대공사를 무리없이 마무리지었다고 한다. 조원장은 "다시 3백년이 지난 지금 청계천은 복원되고 있으나 수표교 등 역사 문화재 복원 등을 둘러싸고 청계천 상인 등과의 갈등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천변에 초고층 빌딩을 세우는 방식이 아니라 환경과 생태,역사가 함께 공존하는 청계천 복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원장은 지난 1973년 공직생활을 시작, 서울시 환경국장,교통국장,공보관 등을 지냈으며, 지난 2001년 청계천 복원 입안단계부터 관여, 청계천복원 시민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청계천 복원을 개발시대 가치관의 종언으로 평가하는 조원장은 현재 인터넷 '청계천 포럼(www.reseoul.com)'에서 청계천 역사와 문화 자료 등을 제공하는 청계천 역사모임도이끌고있다. 조원장의 책 출판기념회는 12일 오후 6시30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이명박 서울시장, 소설가 박경리씨, 정운찬 서울대 총장, 노수홍 연세대 보건환경대학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