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발(發) 주류전쟁의 1차 격전지는 영남지역'.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가 가시화되면서 수도권에 이어 국내 2대 주류시장인 영남지역에 주류업체들 간 전운이 감돌고 있다.

금복주 무학 대선주조 등 현지 토착 소주업체들은 물론 하이트맥주의 경쟁사인 오비맥주까지 뒤엉켜 일대 혼전이 예상된다.

또 싸움의 양상에서는 선제공격,기습공격,역공,공동전선구축 등 다양한 전술이 총동원될 태세다.

◆토착 소주업체의 공동 전선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가장 긴장하고 있는 곳은 영남지역 소주업체들.현재 이 지역 소주시장은 금복주(대구·경북),무학(경남),대선주조(부산) 등이 80∼90% 장악하고 있는데 반해 진로 참이슬 점유율은 5% 안팎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역 맥주시장의 80∼90%를 석권하고 있는 하이트맥주의 강력한 유통망에 진로참이슬이 얹힐 경우 진로에 시장을 크게 잠식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금복주와 무학 등의 최고 경영진들은 최근 공동 대응 방안 수립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 소주업체의 한 관계자는 "금복주와 무학이 오리엔탈 컨소시엄의 공동 멤버로 진로 인수전에 참여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며 "최고 경영진 사이에는 향후 대응에 대한 깊은 교감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응 방안과 관련해선,△현지 주류도매상에 대해 외상매출을 확대해 주는 방식의 자금지원 △소비자 프로모션 강화 △신제품 출시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금복주의 경우 최근 용기 디자인과 성분 함유량을 크게 바꾼 리뉴얼 제품을 출시했다.

이 관계자는 "경우에 따라서는 하이트의 진로 인수 과도기를 노려 지방 소주사들이 서울로 재진출하는 역공(逆攻)도 가능할 수 있다"며 "공정위의 독과점 문제 진행 상황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오비맥주의 우회 기습공격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를 두려워하기는 오비맥주 역시 마찬가지. 오비맥주는 자사의 취약지인 영남지역 공략을 강화하는 '우회 기습공격'으로 대응하고 있다. 주류시장 과도기에 영남지역 점유율을 높이는 한편 하이트와의 격전지를 수도권이 아닌 영남지역으로 옮겨 보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남지역 시장점유율이 10%에 채 못미치는 오비맥주는 그동안 이 지역을 '포기'해 왔던게 사실.그러나 최근 주류 도매상을 대상으로 지펠 냉장고,드럼 세탁기 등을 내건 경품행사를 처음으로 펼치고 있다.

또 대구·부산 대학생들에게 자사브랜드인 카스 맥주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일본 연수생 선발행사도 전개 중이다.

이 역시 이 지역에서는 처음이다.

◆하이트맥주의 속전속결

과도기 혼란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속전속결'로 나올 전망이다.

하이트맥주 고위관계자는 "진로 실사는 최대 4주,이후 본계약 체결은 1주일 안에 끝낼 계획"이라며 "공정위 심사를 빼면 5월 중으로 인수 작업을 일단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