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해외거점을 철수시키기에 바빴던 은행들이 8년만에 다시 해외진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외환정책 기조 변화와 맞물린 것으로 해외투자 활성화를 촉진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주개발은행(IDB) 총회 참석차 오키나와를 방문 중인 유지창 산업은행 총재는 10일 "브라질 상파울루에 주재원을 파견해 내년을 목표로 현지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유 총재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한국의 IDB 가입으로 인해 국내 기업의 중남미 진출이 대폭 늘고 있어 이를 지원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헝가리 대우은행을 거점으로 기아자동차 공장이 있는 슬로바키아나 폴란드 등 동유럽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며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중 한 군데에도 지점이나 현지법인을 설립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 총재는 "외환위기 이후 은행들이 해외 거점을 대부분 철수해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절히 지원하지 못했다"며 "경제가 글로벌화하고 한국의 세계기구 가입이 늘고 있는 만큼 은행들의 해외네트워크 확대가 시급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최동수 조흥은행장은 "과거 파나마에 지점을 두고 있었으나 외환위기 이후 철수해 현재 중남미 거점이 사라진 상태"라며 "FTA가 발효된 칠레에 지점이나 현지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은 IDB 가입을 계기로 중남미에 대한 금융마케팅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신동규 수출입은행장은 "멕시코 국영회사와 5억달러 규모의 대출협상을 진행 중이며 미국 수출입은행(US-EXIM) 등 다른 나라 수출신용기관과도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지금까지는 상대적으로 소매금융에 치중하는 바람에 해외 지점이 별로 없는 게 사실"이라며 "국민은행도 이러한 부분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이같은 은행들의 해외 진출 확대 움직임과 관련,"수출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달러를 국내은행 현지법인에 예치하고 은행이 이를 대출 등으로 활용할 경우 국내 외환시장에서의 원·달러 환율 하락 압박도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