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美ㆍ日ㆍ中에 끼인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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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B(미주개발은행) 총회가 열리고 있는 일본 오키나와 섬.일본 열도보다는 대만에 더 가까운 휴양지인 이곳에서 세계 금융인들의 관심을 모으는 주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한국의 IDB 가입 성공이며 또 다른 하나는 중국의 IDB 가입 실패.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에선 일본에 이어 두번째 회원국이 되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중남미에 2억달러의 거금을 내놓기로 했다.
반면 가입을 적극 추진했다가 좌절을 맛본 중국은 한국과 대조적인 표정이다.
그간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권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IDB가 갑작스레 부각되고 있는 것은 중남미가 원자재의 보고인 데다 향후 성장잠재력이 높은 신흥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IDB 소식지 역할을 하고 있는 '이머징 마켓(Emerging Markets)'지는 동아시아 3국이 중남미 시장을 두고 라이벌전을 벌이는 양상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번 총회에서 중국의 IDB 가입 실패는 미국과 일본의 견제 때문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미국과 일본이 중국의 가입을 거부한 표면적인 이유는 중국이 세계은행과 일본으로부터 차입금을 쓰고 있는 채무국 상태라는 점.하지만 이보다는 중국이 이미 세계 경제무대에서 '거인'으로 성장한 마당에 중남미 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줄 수는 없다는 배경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일본은 경제 분야가 아닌 정치·외교 차원에선 이미 중국의 대국화 견제를 위해 공조를 취하고 있다.
미국이 일본의 우익화 및 재무장을 방조하거나 오히려 멍석을 깔아주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와중에 일본과 외교 분쟁을 겪고 있는 한국은 중국과 친해지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한덕수 부총리는 기조 연설에서 "중국의 IDB호 승선을 열망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과 일본의 내심에 반하는 발언이다.
세계 경제에서의 판도도 국제 정세만큼이나 복잡하다.
미국 일본 중국의 경제대국 틈바구니에 낀 한국이 어떤 행보를 걸어야 할지 숙제로 남겨져 있다.
오키나와(일본)=박준동 경제부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