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메가톤급 인수합병(M&A)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기업의 보유 현금이 늘어난 데다 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자금 조달도 훨씬 쉬워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는 인터넷 거품 붕괴 후 기업들이 이미 충분히 구조조정을 실시했던 관계로 매출 증대와 수익성 개선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M&A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이에 따라 올해 미국에서만 거대기업의 인수가 속출하면서 M&A 규모가 1조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이어 유럽도 M&A 열풍 작년 말부터 시작된 미국의 M&A 열풍은 유럽에도 확산됐다. 유럽의 주류 및 부동산 업종에서 각각 1백억달러 이상의 M&A가 추진되고 있으며 스페인에서 두번째로 큰 은행인 BBVA가 이탈리아 은행인 BNL을 90억달러에 인수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ABN암로도 이탈리아 은행인 방카 안토베네타를 사들이려 하고 있다. 프랑스의 전력 및 가스회사 민영화도 예정돼있어 유럽 M&A 시장은 앞으로도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거대 M&A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과 관련,법률회사인 셔먼&스털링의 피터 리용 M&A부문 대표는 "기업 내에서 더이상 대폭적인 비용 절감을 할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이익과 매출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M&A밖에 없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에서 M&A업무를 담당하는 파울로 페레리아도 "많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충분히 했고 작년에 이익이 늘어나 자신감도 붙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실제 미국 S&P500기업이 보유한 현금이 6천만달러에 달하는 데다 이자부담도 낮아 M&A 자금이 풍부한 상황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 기업을 대상으로 사모펀드가 적극적으로 기업 사냥에 나서면서 M&A 시장은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영화스튜디오인 메트로골드윈메이어를 최근 4개의 사모펀드가 48억달러에 인수했고 그리스의 이동통신 업체인 TIM헬라스도 최근 최대주주가 사모펀드로 바뀌었다. ◆핵심 역량에 집중 지난 90년대 M&A 열풍이 불었을 때는 전혀 새로운 분야의 사업 진출을 통한 몸집 불리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사모펀드를 제외하고는 동종 업체간 M&A가 대세다. P&G는 질레트 인수를 통해 소비자용품 분야 석권을 노리고 있으며,SBC는 AT&T를 발판으로 통신시장 영역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제약 분야에서는 노바티스가 헥살을 인수키로 했으며 금융업 및 유통,통신 업종 내에서의 M&A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초대형 케이블TV 업체인 미국 컴케스트가 타임워너와 공동으로 5백만명의 고객을 보유한 아델피아 커뮤니케이션을 사기로 한 것도 동종 업종에서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한 포석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90년대에 기업들은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벌이려 했었다"며 "그러나 최근 들어 사모펀드들이 핵심 분야에 집중을 요구하고 있는 데다 기업 스스로도 고유한 업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좋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