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올리는 등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나 경쟁력 핵심인 연구개발(R&D) 투자는 중위권 수준에 멤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 통상산업부가 2004 회계연도 연구개발 투자 실적을 기초로 세계 7백대 R&D기업을 선정해 발표한 "R&D 스코어보드" 보고서는 이같은 사실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 기업에도 못 미치는 R&D 역량=7백대 기업에 포함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한전 KT 포스코 SK텔레콤 현대중공업 LG화학 등 9개 국내 대표 기업들의 R&D개발 집약도(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비율)는 평균 3.2%에 머물렀다.


이는 기업 R&D 집약도가 가장 높은 핀란드 7.9%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며 세계 최대 강대국인 미국 기업 평균 4.9%와 일본 기업 평균 4.2%에 비해 훨씬 낮은 수치다.


특히 타이완세미컨덕터 등 모두 8개 기업을 7백대 기업에 랭크시킨 대만(4.0%)보다 뒤진 것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이번 조사에선 핀란드를 비롯 네덜란드(7.8%) 스위스(6.5%) 스웨덴(5.3%) 등 북유럽 국가 기업들이 R&D에서도 강국임을 나타냈다.


이와 함께 미국 메다렉스사는 무려 8백54%라는 R&D 집약도를 보였고,미국 셀제네시스사도 4백70.5%를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소니에 근접=전체 R&D 투자액 분야에서 세계 33위에 올라선 삼성전자의 R&D 집약도는 세계적 수준인 5.5%로 나타났다.


이는 일본의 최대 경쟁 기업으로 꼽히는 소니의 5.9%에 상당히 근접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최근 삼성전자가 소니를 추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R&D 집약도는 미국의 대표적 정보기술(IT) 기업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14.5%에 비해서는 3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삼성전자는 또 전기전자 업종에서 전체 R&D 투자액이 지멘스,마쓰시타,소니,필립스에 이어 세계 5위에 랭크됐다.


1백10위인 LG전자도 R&D 집약도가 4.0%로 선진 기업 수준에 올라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IT와 자동차 의약이 R&D 주도=7백대 기업에 가장 많은 업종은 단연 IT하드웨어 분야(19.6%)였다.


그 다음이 자동차(18.8%),의약 생명공학(18.1%),전기 전자 분야가(10.8%)가 뒤를 이었다.


자동차 회사들이 상위 10개 기업 중 5개를 차지했다.


그러나 화이자(15.8%),노바티스(15.1%),글락소스미스클라인(13.0%) 등 의약 기업들이 높은 R&D 투자 비중을 보였다.


한편 세계 7백대 R&D 기업 순위에서는 미국이 2백94개(42%)를 올려 1위를 기록했고 이어 일본 1백54개(22%),독일 54개(7.7%),영국 41개(5.9%),프랑스 36개(5.1%) 순으로 드러났다.


국내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이번 결과를 보면 세계 유수 기업들이 이제 기업의 혁신 및 핵심 역량을 마케팅보다 R&D 분야로 옮기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특히 R&D에 활발한 기업들이 매출액과 경상이익이 늘어나고 있음에 따라 앞으로 기업혁신은 R&D 투자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