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1일 베를린 동포간담회에서 밝힌 대(對) 북한 메시지는 "조건 없이 대화채널에 적극 응하라"는 내용이다. "한국의 지원은 항상 열려있다"고 강조하면서 대화와 협상에 나서라는 압박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연설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 시도도 나름대로 논리는 있어보인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강경한 분위기가 보인다. 노 대통령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답방도 재촉했고,미국 중심의 핵확산금지조약(NPT)의 현실적 정당성도 강조했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 합의문제에 대해서는 "대외적으로 북한이 어떤 판단을 하더라도 합의를 했으면 지켜야 하는데 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6자회담이 진행돼온 현재의 북핵문제에 있어서도 "북한은 우리 정부를 당사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불만을 표시했다. 근래 북한을 향한 발언 중 가장 강도 높은 비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협력과 대화'만 진행시키면 조건 없는 지원을 하겠다고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이렇게 쓴소리를 하게 된 것은 노 대통령이 자임해온 북핵문제와 관련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이,북한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차질을 보일 기미를 보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6자회담조차 열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달 동북아 질서 재편을 겨냥해 선언한 '동북아 균형자론'이 실현되려면 북한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미관계를 의식한 의도적인 북한 혼내기 발언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전망은 낙관적이다. 쾰러 독일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남북관계가 무리하게 진행되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겠지만 장기적으로 잘 될 것이라는 믿음 하에 해나가고 그런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일관계에 대한 노 대통령의 언급은 비교적 적었다. 독일 교민들의 격앙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교민간담회에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다만 쾰러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미래지향적으로,감정적 대응 대신 냉정한 설득'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베를린=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